[비즈니스포스트] 종합 건축자재기업 이건그룹이 박영주 회장의 별세로 창업주 경영시대의 막을 내렸다.
박영주 회장이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지 10년 이상 흘러 장남 박승준 이건산업 대표이사 사장의 2세 경영 체제가 자리를 잡은 만큼 회사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 이건그룹은 일찍이 2010년 박영주 회장이 주력 계열사 이건산업, 이건창호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아들 박승준 사장(사진)의 ‘2세 경영’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7일 이건홀딩스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2022년 9월30일 기준 오너2세인 박승준 이건산업 사장이 그룹 지주회사 이건홀딩스 지분 29.7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아버지인 고 박영주 회장의 지분은 13.42%이고 어머니 박인자씨가 1.74%, 동생인 박은정씨가 7.94%로 오너일가의 지분만 52%가 넘는다.
박영주 회장은 이건홀딩스 2대 주주로 지분을 보유함과 동시에 경영총괄 회장으로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그룹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박 회장은 이건홀딩스 외에도 이건산업과 이건창호 회장을 맡았고 미국법인, 칠레법인, 솔로몬제도법인 등 그룹 해외법인들의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박승준 사장은 벌써 10년 넘게 이건산업 대표이사, 이건창호 사내이사로 실질적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박영주 회장의 별세로 박승준 사장이 이건홀딩스 사내이사 자리까지 이어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홀딩스 이사진은 박영주 회장을 비롯해 안기명 대표이사 부회장, 김재원 경영관리총괄 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1명 등 모두 4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영주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문경영인이기 때문에 오너경영인인 박승준 사장의 이사회 진입이 유력하다.
박승준 사장이 아버지 박 회장의 이건홀딩스 지분 13.42%를 전부 승계 받을지도 관심사다.
박 사장은 이미 이건산업, 이건창호를 지배하는 이건홀딩스 최대주주지만 아버지 지분까지 상속하게 되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박 사장은 2013년부터 그룹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이건산업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이건산업 대표에 오른 뒤 에너지사업에 힘을 싣고 금융·서비스업에도 진출했지만 회사의 성장은 다소 정체된 모습이다.
이건산업은 2022년 3분기 기준 여전히 합판, 마루 등 목재사업 매출 비중이 82.9%에 이르고 조림사업 비중이 4.7%, 에너지사업 비중은 12.4%다. 박 사장이 금융·서비스사업을 위해 설립한 ‘비엘원’은 2016년 문을 닫으며 사업다각화 시도는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건산업은 2013년 뒤 2천억 원 중반대 매출을 유지하다 2018년 연결기준 매출 3396억 원, 영업이익 237억 원을 거뒀다. 하지만 2019년과 2020년 주요 수출국가의 목재수요 감소, 미중 무역분쟁 영향 등에 따른 해외법인 영업손실, 코로나19 타격 등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을 거듭했다.
이건산업은 2019년에는 매출 2797억 원, 영업이익 96억 원을 거뒀다. 2020년에는 실적이 더 뒷걸음질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69억 원, 58억 원을 보였다.
이건산업은 2021년 세계 목재 가격이 수요 증가로 상승세를 보이면서 매출이 2768억 원으로 늘어나고 특히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최대치인 321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22년 원자재가격, 물류비용 급등으로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이 39.9% 줄어든 193억 원을 보였다.
박 사장은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복고, 연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이건산업에 입사해 합판영업2팀장 등을 맡으며 그룹 경영에 합류했다. 이건 미국법인 법인장, 이건창호 이사, 이건리빙 상무이사를 거쳐 2003년 이건리빙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그 뒤 이건인테리어, 이건환경(현 이건그린텍) 등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두루 역임했다. 아버지 박영주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2010년 당시 이건산업 최대주주였던 이건창호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3년 이건산업 대표이사, 2017년에는 이건그룹이 이건창호를 지주회사부문 이건홀딩스와 이건창호로 물적분할해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뒤 이건홀딩스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다.
▲ 종합 건축자재 전문기업 이건그룹의 창업주 박영주 회장이 6일 별세했다. 사진은 고 박영주 이건 회장. <이건그룹>
이건그룹은 박영주 회장이 1972년 세운 합판 제조기업 이건산업에서 출발했다.
부산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1965년 장인이 설립한 광명목재에 입사하면서 목재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장인이 별세하고 큰 처남이 사업을 물려받자 독립해 목재기업을 설립했다.
박 회장은 회사 창립 초기부터 목재를 구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밀림을 직접 찾아 다녔고 해외 산림개발지역들을 물색했다.
이건산업은 1979년 파푸아뉴기니 옆 섬나라 솔로몬제도를 발굴해 7년의 교섭, 현지조사 끝에 솔로몬 정부로부터 산림 단독 개발권을 획득했다. 박 회장은 1980년에는 미국 시애틀에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1993년에는 칠레 베니어(합판용 판자) 생산기업 라우타로를 인수했다.
이건산업 미국법인은 그 뒤 칠레법인에서 생산한 합판제품을 미국, 캐나다지역에 판매하고 북미산 원자재를 한국 본사에 조달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목재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종합건축자재기업을 목표로 1988년 이건창호시스템을 세워 창호로 사업을 확장했고 1993년에는 마루사업에도 진출했다.
이건그룹은 현재 지주회사 이건홀딩스 아래 창호 전문 기업 이건창호, 합판제조와 건축자재 수입·판매, 마루 제조·시공사업을 하는 목재 전문 기업 이건산업, 폐목재를 활용한 물류포장재 제조판매 기업 이건그린텍, 집단에너지사업 기업 이건에너지 등 계열사를 두고 있다. 원목개발과 조림분야 해외법인까지 더하면 계열사는 모두 9개다.
이건홀딩스는 이건산업 지분 35.0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건창호, 이건그린텍, 미국법인 등의 지분 100%를 지니고 있다.
이건산업은 칠레법인과 솔로몬제도의 법인 두 곳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고 이건에너지 지분 80.13%(우선주 제외하면 91.67%)를 들고 있다.
이건그룹의 주요 매출은 목재와 창호부문에서 발생한다. 2022년 3분기 기준 이건홀딩스 연결회사 매출에서 목재부문 매출 비중은 56.7%, 창호부문 비중은 23.6%에 이른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