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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소방수' 임무 완수 정성필, 다음은 CJ프레시웨이 디지털 전환

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 2023-03-06 16: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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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가 '데이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DX)을 통해서 주먹구구식으로 돌아가던 식자재 유통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해 식자재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늘Who] '소방수' 임무 완수 정성필, 다음은 CJ프레시웨이 디지털 전환
▲ 정성필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가 식자재 유통시장의 체질개선을 이끌고 있다. 적자에 빠진 기업을 맡아 실적 반등을 이뤄낸 정 대표가 새로운 도전을 위해 '데이터 경영'을 강화한다.

CJ프레시웨이는 6일 데이터에 기반한 CRM(고객관계관리) 시스템을 새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영업사원이 각자 고객사의 계약사항이나 매출 현황, 영업활동 등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관리해왔는데 CRM 시스템은 이런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사에게 최적의 거래를 제안한다.

고객사 관리는 식자재 유통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식자재 유통은 고객사가 요구하는 다수의 품목을 지속해 거래하는 구조상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거래 이력이 쌓인 뒤 유통사들은 품목 확대 제안, 마진율 조정, 대금 지급 편의 제공 등 고객사에 유리한 조건을 내걸며 고객 이탈 방지에 만전을 기한다.

식자재 유통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시장의 규모와 성장성에 비해 디지털 전환(DX)은 뒤쳐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식자재유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식자재 유통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55조 원에서 2025년 64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소규모 외식 업장에서는 아직도 식자재 발주, 상품·거래처 관리 등이 전화나 수기로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영세 유통업자의 전통적인 '대면 영업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가운데 CJ프레시웨이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식자재 유통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CJ프레시웨이의 CRM 시스템 도입은 정 대표가 취임 이후 추진해온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정 대표는 2021년 11월 CJ프레시웨이의 새 비전으로 '푸드 비즈니스 파트너'를 발표하고 "고객 경영과 데이터 경영을 통해 고객과의 동반 성공 체계를 구축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고객 중심으로 사업 체질을 전환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산업 재편을 주도하는 독보적 1위 외식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으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21년 디지털혁신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디지털혁신담당 조직은 △DT기획팀(디지털 혁신·데이터 분석) △DT플랫폼팀(플랫폼 및 인프라 구축·운영) △DT추진팀(고객 경험 확장·비효율성 개선)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인력을 50% 이상 보강해 현재는 4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CRM 시스템 개발도 이들이 주도했다.

CJ프레시웨이는 기존 식자재 주문 시스템 등 IT 인프라의 클라우드 전환을 지난해 6월 마무리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식자재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상품과 영업, 마케팅, 물류 등 전 밸류체인의 데이터를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외부 투자와 협력 확대에 나서기도 했다.

CJ프레시웨이는 식자재 유통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에 403억 원을 투자했다.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 유통 자회사인 프레시원은 지난달 16일 마켓보로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에 입점해 식자재 구매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솔루션 기업 오케이포스와 협력해 고객사가 매출 관리 및 식자재 구매까지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 개발에 들어갔다.

물론 디지털 전환 작업이 순탄하게 흘러만 간 것은 아니었다.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 주문 시스템은 2022년 4월 클라우드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3일 동안 온라인 식자재 주문이 중단되는 등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당시 정 대표는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사내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결품이 발생했으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프로젝트 주관 부서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도 인지하고 있으며 특정 부서를 향한 비난은 지양해 달라"고 말하며 빠르게 사태를 수습했다.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재 CJ프레시웨이의 식자재 유통 플랫폼은 CJ그룹 내부에서도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 체질개선은 그동안 재무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던 정 대표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정 대표는 1967년 부산 출신으로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나와 1993년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후 CJ헬로비전, CJCGV 최고재무책임자(CFO), CJ푸드빌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20년 말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정 대표는 CJ그룹의 대표적인 재무전문가로 적자에 빠진 계열사를 도맡아 사업효율화를 통한 실적 반등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정 대표가 부임할 당시 CJ프레시웨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시장과 단체급식시장이 타격을 받으며 실적이 휘청거렸다. 2020년 CJ프레시웨이는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35억 원, 순손실 425억 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부임 이후 먼저 베트남법인의 체질개선을 추진하면서 중국법인 일부를 정리하는 등 해외 단체급식사업에 '메스'를 댔다. 이후 CJ프레시웨이 해외 법인은 식자재 구매를 중심으로 사업 방향이 바뀌었다.

또한 적자 상태였던 축산 유통 자회사 프레시원미트와 형제푸드를 2021년 3분기에 처분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소스 제조 자회사 송림푸드와 농산물 전처리 자회사 제이팜스를 합병하기도 했다.

이런 정 대표의 사업 효율화와 함께 외식 경기와 단체급식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CJ프레시웨이는 2021년 흑자전환에 이어 2022년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CJ프레시웨이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7477억 원, 영업이익 978억 원을 거둬 2021년보다 매출은 19.9%, 영업이익은 75.8% 늘어났다.

앞서 정 대표는 2018년 7월 CJ푸드빌 대표이사로 부임해 부실한 외식매장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브랜드 '뚜레쥬르'의 매각을 추진했다.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서 CJ푸드빌은 기나긴 실적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CJ푸드빌은 2019년 영업손실 65억 원, 순이익 323억 원을 냈는데 2018년과 비교해 영업손실은 85.3% 감소하고 5년 만에 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식자재 유통업계를 발전시키자는 거시적 관점에서 데이터 활용을 고도화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식자재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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