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이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레드먼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챗GPT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Bing)을 결합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 AFP > |
[비즈니스포스트]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하루 1천만 명, 월 1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로 등극한 인공지능 챗봇 소프트웨어 ‘챗GPT’의 성공은 개발사인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알트만에게 전 세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샘 알트만은 자신이 창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CEO로 이전부터 미국 스타트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가 과감히 사업을 그만두고 인공지능이라는 새 분야에 도전한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인공지능과 대학 중퇴, 성소수자 등 샘 알트만을 대표하는 키워드 3가지로 그를 설명해본다.
◆ 인공지능
인공지능 기술에 관한 알트만의 관심은 2014년 그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역사상 가장 큰 기술 발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며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스스로 학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머신러닝 기술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셈이다.
하지만 알트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공지능 기술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을 감지하고 인공지능을 인류에 유익한 방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존재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종종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작동한다”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인류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이에 맞서 싸워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트만의 이런 고민은 오픈AI를 설립할 때부터 뚜렷하게 반영됐다. 그는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앞세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공동창업자들과 2015년 오픈AI를 설립했다.
오픈AI는 오랜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2022년 말 마침내 챗GPT를 세상에 선보였다. 그러나 그가 우려했던 인공지능 기술의 유해성과 관련한 논란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웠다.
챗GPT가 일부 사안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을 답변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있어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거나 여론을 주도하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사용자들과 주요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알트만은 오픈AI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나 관점을 띠지 않도록 꾸준히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사용자의 설정에 맞춰 인공지능의 성격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해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자체가 안고 있는 윤리적 문제보다 기술 발전을 위해 아직 사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적 시각을 더하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최근 노동착취 논란에 휘말리면서 인류를 위해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알트만의 철학도 다소 빛이 바래고 있다.
챗GPT가 빅데이터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데이터를 솎아내기 위해 오픈AI가 케냐의 노동자들을 시간당 2달러에 고용해 활용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타임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하루종일 자극적인 내용을 글을 접해 정신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인류의 안전과 존엄성을 지키겠다는 알트만의 철학이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러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샘 알트만(왼쪽)은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포함한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인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기술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 오픈AI를 설립했다. 사진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한 미래 모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샘 알트만과 일론 머스크. < Y combinator > |
◆ 대학 중퇴
미국의 여러 대형 빅테크 기업 창업자와 CEO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 중퇴해 자신의 회사를 차린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샘 알트만도 이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알트만은 20살이 되던 2005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 컴퓨터공학과에서 2년 만에 중퇴했다.
그는 2017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했던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학교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국 IT산업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키 큰 양귀비 증후군(tall poppy syndrome)’이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키 큰 양귀비 증후군은 성공을 거둔 사람을 조롱하는 문화를 뜻하는 단어다. 실리콘밸리에는 대학 교육보다 창업을 통한 성공을 장려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어 비교적 쉽게 대학 중퇴와 창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메타(페이스북)을 설립한 마크 저커버그 모두 하버드 대학 학사과정을 중도에 그만둔 인물로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 또한 리드 칼리지에 다니다 8개월 만에 학업을 그만뒀다.
스티브 잡스는 훗날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대학 중퇴는 (내가)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결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알트만도 이처럼 과감하게 대학을 중퇴하고 소셜네트워크 스타트업을 설립해 스타트업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 때 확보한 노하우는 오픈AI를 스타트업으로 설립한 뒤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이외에 스냅챗 창업자 에반 슈피겔,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 등이 알트만과 같이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경영자로 유명하다.
▲ 샘 알트만은 성소수자에 관한 자신의 신념에 관해 목소리를 내왔다. 사진은 2017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던 낸시 펠로시(왼쪽)로부터 릭 웨일랜드 상을 받는 샘 알트만. 릭 웨일랜드 상은 기술분야 종사자 가운데 성소수자 보호 활동을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플리커> |
◆ 성소수자
알트만은 10대 시절부터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2016년 미국 시사주간지 더뉴요커와 나눈 인터뷰에서 “미주리 주와 같은 미국 중서부에서 성소수자로 사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경영자로 일할 때에도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특징을 당당히 내세우며 꾸준히 자신의 신념에 관해 목소리를 높여왔다. 처음 설립한 스타트업의 공동 창업자와는 남성끼리의 연인 관계이기도 했다.
알트만은 자신의 블로그에 ‘오해받는 것이 가지는 강점’이라는 글을 올려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며 “소수자는 일반적 방법으로 풀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경영자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데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미국 IT업계에서 대표적인 성소수자 경영자다. 그는 2014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면서 성소수자로서의 삶이 역경과 편견을 넘어설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고 말했다.
알트만과 비슷한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유사한 시각을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그룹 딜로이트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성적 소수자(LGBTQ)를 조직에 포함시키는 등 방식으로 다양성을 높이는 경영 방침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CNBC는 영국 투자업체 Proud Ventures의 분석을 인용해 성소수자에 해당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75%가 기업 활동에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수의 창업가들은 성소수자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기업 경영에 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27%는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업계 사람에게 밝혔을 때 상대방이 자신을 보는 시각에서 불편함을 느꼈으며 심지어 18%는 투자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트만이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시작한 초반부터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고 경영에 참여해 성공을 거둔 일은 그만큼 이례적이고 주목할 만한 사례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