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애플 이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은 2023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탈탄소화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고어 전 부통령. <플리커> |
[비즈니스포스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애플 이사직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를 받았다.
기후변화 운동에서 위선적 모습을 보인다는 이유로 이사직 연임 반대 요구가 나온만큼 그의 행보를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현지시각)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기업윤리 감시단체인 미국 국가법률정책센터(NLPC)는 애플 주주들에게 고어 전 부통령의 이사직 유지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국가법률정책센터의 프로젝트 디렉터 폴 체서는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 문제의 ‘치킨 리틀(비관론자를 일컫는 말)’이었을 뿐”이라며 “그의 기후변화 예측 가운데 많은 일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만큼 그는 애플 이사회에서 더 이상 일할 자격이 없다”고 폭스비즈니스를 통해 말했다.
체서는 최근 블룸버그의 기사를 인용하며 고어 전 부통령이 앞으로는 기후변화를 내세우며 뒤로는 투자회사를 통해 사익을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투자회사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264억 달러(약 34조 원) 규모의 운용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20여 곳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항공기를 통한 이동을 즐기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주장을 펴는 그의 모습이 위선적이라고도 체서는 지적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미국 부통령직을 마치고서 환경운동에 몸담은 이후 2007년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룬 업적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그가 애플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동안 환경운동에 보였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그는 2003년 애플 이사회에 합류해 20년 동안 이사 자격을 유지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고어 전 부통령에게 애플의 환경보호 중심 경영활동에 관해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애플의 이사회는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앨 고어 그리고 제임스벨 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 전 사장 등 9명으로 구성돼 있다.
3월10일 오전9시(태평양 표준시)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릴 애플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과반이 찬성하면 이사에 선출된다.
애플과 고어 전 부통령측 모두 국가법률정책센터의 서류 제출을 두고 아직 의견을 내지 않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