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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표 경쟁에 '정치 경력' 보탬 될까, 현직 구현모 '디지코'로 역량 과시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3-02-22 16: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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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T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공개경쟁에 여권 출신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며 이들의 정치 경력이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은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표 후보로 꼽히는데 대외적으로 '디지코(디지털플랫폼 기업)' 경영 행보를 통해 현직 대표로서 강점을 간접적으로 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 대표 경쟁에 '정치 경력' 보탬 될까, 현직 구현모 '디지코'로 역량 과시
▲ KT 차기 대표이사를 선발하는 공개경쟁에 다수의 정치권 인사들이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현직으로 연임에 도전하는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대외적으로 디지코 경영 행보를 통해 현직 대표로서 강점을 과시하는 모양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치 경력을 지닌 인물들의 차기 KT 대표 공개경쟁 참여를 놓고 선발과정에서 정치권 외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KT 차기 대표에 도전장을 내민 외부 인사 18명의 면면을 보면 범여권 전직 국회의원 출신이 4명이나 된다. 대표 공개모집에 지원한 권은희·김성태·김종훈·윤진식 전 의원은 모두 국민의힘 전신에 몸담았던 사람들도 여권 인사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시절 선거캠프에서 ICT희망운동본부장을 맡았던 김기열 전 KTF 부사장과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창조과학부 제2차관과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을 거친 윤종록 전 차관도 여권과 접점이 있는 인물들이다.

앞서 KT 이사회는 두 번이나 구현모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지어 놓고도 이를 번복해 공개모집 방식으로 세 번째 대표 후보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선정 번복의 주된 배경으로 정부와 국민연금의 직간접적 압박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인데 여권 인사가 다수 경쟁에 참여하며 정치권력이 KT 대표 선발에 개입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커질 수 있다.

KT가 정치권과 얽힌 각종 사건들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고려하면 정치권에 줄이 닿아 있는 인물을 배제하려는 기조가 심사 과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교적 최근에도 KT는 정치자금법 위반과 김성태 전 의원(대표 경쟁에 참여한 김성태 전 의원과 동명이인) 딸의 특혜채용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또 KT법인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관련 2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았고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사자인 김 전 의원과 이석채 전 회장 등의 유죄가 확정됐다.

KT 내부에서도 정치권 출신 인사들을 향한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KT의 제1노동조합은 처음부터 구현모 사장의 연임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 최장복 KT 노조위원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구 사장의 지난 3년 동안의 성과를 종합하고 향후 더욱 큰 도약을 위해 연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구 사장 연임에 부정적인 제2노조(새노조)조차 정치권 출신 인사의 선임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제2노조 측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권에 몸담다가 때만 되면 KT 수장 자리에 기웃거리는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예상되는 후보는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영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정치권 출신 인사라고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통신산업이 과점시장인 데다 정부 입김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정치권과 가까운 사람을 대표에 앉혀서 나쁠 게 없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통신산업 관련 정책과제들을 살펴보면 요금제 인하, 제4이동통신사 출범 등 하나 같이 KT를 비롯한 기존 이동통신사에 부담이 되는 사안들이다. 정부·정치권과 소통이 원활한 대표 후보에 힘이 실릴 여지도 없지는 않은 셈이다.

현직인 구현모 사장은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표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KT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내부에서 실력과 기반을 다진 데다 영업실적과 미래 비전 제시로 경영능력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5조6500억 원, 영업이익 1조6901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 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영업이익은 구 사장이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2019년 말(1조1596억 원)과 비교하면 50% 정도 늘었다.

구 사장은 대외 활동을 통해 디지코(디지털플랫폼 회사) 비전을 적극 홍보하며 현직 프리미엄을 일부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27일(현지 시각)부터 나흘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에 참석한다.

KT는 △DX(디지털전환)플랫폼 △DX영역확장 △DX기술선도 등 총 3개 테마로 전시장을 구성하는데 이는 모두 구 사장의 디지코 비전과 맞닿아 있다.

구 사장은 28일(현지 시각) 5G(5세대)통신과 클라우드 등의 신기술을 활용해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협업 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도 한다. 차기 대표 공개경쟁이 한창인 때 본업에 충실하면서 현직 대표로서 역량을 과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KT는 디지코 비전의 글로벌 확장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KT는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인 ‘싱가포르텔레콤(싱텔)’과 협력위원회를 구성하고 아시아시장에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KT는 1월 몽골 정부와도 디지털전환 부문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구 사장은 몽골 정부로부터 ‘몽골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위촉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KT는 몽골의 희토류 등 IT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자원을 국내에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몽골정부와 맺으며 민간 자원외교 활동도 했다. 

KT 측은 “KT-몽골 사이 디지털전환(DX) 협력 과정 가운데 체결된 이번 업무협약은 몽골의 산업 발전뿐 아니라 국내 다른 산업과 협력해 대한민국 미래가치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구 사장의 연임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는 법적 리스크는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구 사장은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9·20대 국회의원 정치후원회 계좌에 회사 돈 수억 원을 불법 후원하는데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약식기소돼 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 원을 선고 받았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KT 정관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야 이사의 부적격 사유가 되는 만큼 구 사장의 대표 자격 자체가 박탈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법적 문제로 벌금을 받은 것 만으로도 심사 과정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정치권 인사들과 구 사장 외에도 KT 내·외부에서 쟁쟁한 경력의 인물들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참신한 새 인물이 낙점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대표이사 인선자문단으로서도 논란거리가 없는 새 인물을 최종 후보군에 올려 논란을 피할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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