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2-19 15: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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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주 신한금융과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주가가 은행의 공공성에도 '돈 잔치'를 벌였다는 요지의 정부 압박에 크게 흔들렸다.
고금리시대 상생을 강조하는 정부의 압박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4대 금융지주는 여전히 배당주로서 매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를 포함하는 KRX은행지수는 지난주 28개 업종지수 가운데 가장 크게 내렸다. 고금리시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을 향한 강도 높은 정부의 압박에 투자심리가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주 KRX은행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28개 업종별 지수 가운데 가장 크게 내렸다.
KRX은행지수는 13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 동안 6.00% 하락했다. 같은 기간 2번째로 많이 내린 KRX300금융지수(-4.31%)보다 1.5%포인트 이상 더 많이 빠졌다.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빠지면서 전체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지난주 4대 금융지주 주가는 KB금융이 10.23% 하락한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6.69%), 하나금융(-5.42%), 우리금융(-1.98%) 등 모두 하락했다.
KRX은행지수에는 4대 금융지주와 함께 카카오뱅크, 기업은행,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등 은행주 9개 종목이 포함되는데 이 가운데 4대 금융지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71%로 절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금리시대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을 비판한 점이 4대 금융지주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직접 ‘은행의 돈 잔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고금리시대 과도한 은행의 수익성을 겨냥했고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현재 과점체제인 은행의 경쟁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금융당국에 지시했다.
4대 금융지주 주가는 그동안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17일에는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지만 정부의 강도 높은 압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빅테크 관련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약탈적이라고 볼 수 있는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 “은행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 등 예전보다 더 강한 표현으로 은행권을 압박했다.
이 원장의 이런 발언은 장 마감 뒤 오후 늦게 전해진 만큼 20일 장 초반 4대 금융지주 등 은행주를 향한 투자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의 압박이 단기에 그칠 수 있고 은행의 과점체계 개편 등 정책적 변화에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금을 4대 금융지주 주식을 향한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압박에도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충당금 확대 등 정부의 압박으로 실적이 일정 부분 후퇴할 가능성이 있지만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줄어든 증권, 생명보험 등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진행한 2022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두 배당 등 주주환원 확대를 약속했다.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만큼만 배당을 한다 해도 현재 주가 수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배당수익률은 5~9%대에 이른다.
기대 배당수익률은 2022년 1주당 1130원을 배당한 우리금융(2월17일 종가 1만2400원)이 9.1%로 가장 높고 하나금융(3350원 배당, 종가 4만6200원)이 7.3%, KB금융(2950원 배당, 종가 5만 원)이 5.9%, 신한지주(2065원 배당, 종가 3만8350원)이 5.4%로 뒤를 잇는다.
더군다나 4대 금융지주는 올해부터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4곳 모두 분기배당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기 배당은 3개월마다 배당금을 지급하는 만큼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로 여겨진다.
이런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은 올해 들어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4대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1월 한 달 동안 신한지주(18.04%), 하나금융(15.93%), KB금융(15.26%), 우리금융(10.74%)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실적과 주주환원 확대 기대감 등에 힘입어 코스피를 크게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8.44% 상승했다.
지난주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크게 내렸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하나금융은 9.87%, 신한지주는 8.95%, 우리금융은 7.36%, KB금융은 3.09% 더 주가가 높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7일 우리금융 리포트에서 “최근 정부의 은행 공공성 관련 언급으로 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금융이 최소 배당성향을 26~30%로 유지하기로 한 만큼 최근의 조정은 오히려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