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 루비오 미국 플로리다주 공화당 상원의원이 포드와 CATL의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 협력을 비판하며 바이든 정부를 겨냥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포드가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손잡고 미시건주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뒤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의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포드와 바이든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17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포드가 35억 달러를 들이는 미시건 전기차 배터리공장에 관련해 정치권의 여론이 엇갈리며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드는 독자적으로 공장 투자와 운영을 모두 책임지지만 중국 기업인 CATL의 배터리 제조 기술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추진한다.
CATL이 미국 정부 규제로 포드와 합작공장 형태의 생산시설을 설립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우회적으로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시장에 CATL의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가 보급되고 가격 경쟁력 등 측면에서 장점을 인정받는다면 포드 이외 다른 자동차기업들도 이를 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CATL이 멕시코 등 주변 국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건설한 뒤 미국 고객사에 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미국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
결국 포드가 미시건 배터리공장 건설에 나서는 일은 중국의 전기차 관련산업을 견제하려 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과 상반되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오히려 포드의 이번 투자 결정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백악관은 최근 ‘바이든 붐’이 돌아왔다는 제목의 공식 성명을 내고 정부의 지원 정책에 따라 최근 민간기업에서 여러 건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과를 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잉이 에어인디아에 200대 이상의 항공기 판매를 확정지은 것과 미국 반도체기업 텍사스인스트루먼트가 유타주에 110억 달러 생산 투자를 발표한 내용, 포드가 미시건주 배터리공장 설립 계획을 내놓은 사례가 제시됐다.
백악관은 포드가 미시건주 공장에서 2500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미래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포드가 중국 기업과 협력해 생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성명에 언급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가 이례적으로 CATL의 우회적 투자 계획을 우호적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미국 전기차산업 육성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 배터리업체의 미국시장 진입에 기여했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포드의 전기차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일이 중장기적으로 정책적 측면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자연히 야당인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에서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태도를 비판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에서 차기 대선주자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평가받는 플로리다주의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전부터 중국과 무역 및 외교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 왔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CATL이 포드와 기술 협력을 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게 간접적으로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공식 서한을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포드가 미국 배터리공장 투자로 정부 지원금을 받게 되는 만큼 이러한 자금이 CATL의 기술 사용료 등 명목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루비오 의원은 “CATL과 같은 기업이 중국과 미국에서 이중으로 지원을 받게 된다면 해당 프로젝트에 정부 자금을 지원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의 세금이 중국의 ‘챔피언 기업’을 돕 는 데 쓰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포드는 루비오 의원의 지적이 나온 뒤 미시건 공장은 외국 자본의 투자 없이 진행되며 CATL의 참여는 오직 기술 라이선스 제공을 위한 것에 그친다는 답변을 냈다.
그러나 포드와 CATL의 배터리공장 투자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의 그레첸 휘트먼 미시건 주지사는 포드의 공장 건설을 적극 환영한 반면 공화당 소속의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버지니아주에 포드의 공장 투자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강력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포드의 배터리 생산공장 건설이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공화당 소속의 루이지애나주 및 테네시주 상원의원도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에 의존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포드의 이번 투자 계획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 정부도 CATL의 배터리 핵심 기술이 포드에 유출될 가능성을 고려해 자체 조사에 나섰다. 이번 사태가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