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주력상품인 아이폰의 원가 상승으로 갈수록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파운드리 협력사인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 단가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따라 파운드리 가격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애플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활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아이폰14프로맥스 128기가 모델의 부품 단가는 약 464달러로 추정된다. 이전작인 아이폰13프로맥스와 비교해 3.7% 오른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아이폰14 프로에 탑재되는 ‘A16 바이오닉’ 프로세서가 전체 부품 원가의 20% 안팎을 차지하며 단가 상승에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아이폰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TSMC가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파운드리 공급 단가를 인상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14 프로와 달리 일반 모델에는 아이폰13 시리즈와 동일한 A15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제품 경쟁력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하며 애플이 원가 절감에 더욱 힘을 싣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제품 전략 변화는 애플이 아이폰용 프로세서의 위탁생산 단가에 갈수록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로 꼽힌다.
TSMC는 2017년부터 현재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에 적용되는 애플의 자체 프로세서를 전량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6S를 마지막으로 애플과 파운드리 협력을 중단했다.
아이폰 성능 경쟁력에 핵심인 프로세서 위탁생산 수주를 TSMC에서 독점하는 구조가 자리잡으며 파운드리 단가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에 TSMC의 대안을 찾을 수 없는 만큼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일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아이폰에 적용되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 다른 주요 부품의 단가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폰용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카메라모듈 공급은 LG이노텍이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구조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아이폰과 같은 주요 상품의 공급망을 구축할 때 다수의 협력사를 선택해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부품 공급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써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경쟁사와 성능 대결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협력업체에 부품을 의존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 아이폰 14 프로맥스 모델에 탑재되는 'A16 바이오닉' 프로세서 이미지. |
지난해까지 아이폰 매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온 만큼 부품 단가 인상의 영향을 대부분 상쇄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시장 상황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애플의 회계연도 2023년 1분기 매출은 1172억 달러로 지난 회계연도 1분기와 비교해 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 줄어들며 실적 부진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결국 애플이 아이폰 등 주력상품의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 다급해진 만큼 특정 협력사에 부품 공급을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려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이폰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TSMC 이외에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에 맡기는 방안이 가능성 있는 선택지로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3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을 TSMC보다 6개월 정도 앞서 시작하면서 기술 우위를 증명했다. 파운드리 단가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애플이 삼성전자에 다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기 시작한다면 TSMC가 이를 의식해 미세공정 반도체 파운드리 단가를 낮추며 가격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애플 프로세서 물량이 많지 않아도 애플이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TSMC에 대부분의 핵심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기던 세계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파운드리 단가 상승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활용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런 고객사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해 파운드리사업에서 성장 기회를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은 낸드플래시와 D램, 통신반도체와 전력반도체 등 부품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출시되는 아이폰부터 올레드 디스플레이 물량에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낮아지고 중국 BOE 등 업체의 공급은 늘어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