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초기에 ‘묻지마 판매’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5월 기준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 18만7606명 가운데 12만1939명(65%)에 대해 투자성향 분석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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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은행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고객의 투자성향 분석을 누락하고 '묻지마 판매'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 <뉴시스> |
KEB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 42만8549명 가운데 13만6161명(31.8%)의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았다.
다른 은행들이 투자성향을 분석하지 않은 비중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5.1%, IBK기업은행 4.5%, 우리은행 3.4%, 신한은행 2.0% 등이다. 비중은 적지만 개별 은행마다 고객 약 1만 명이 투자성향 분석없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한 셈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 하나로 여러 금융상품을 종합해 관리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뉘는데 일임형인 경우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금융회사에서 제시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전문가에게 자금 운용을 맡기는 방식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적합성 원칙’에 따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투자 경험과 원금 손실을 감내할지 여부를 알아보는 투자성향 분석을 해야 한다.
고객이 ‘투자권유 불원서’라는 확인서를 작성하면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지만 이는 투자 경험이 많은 일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예외규정에 가깝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펀드와 파생결합증권 등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큰 상품도 관리대상으로 넣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불완전판매를 막으려면 투자성향 분석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박용진 의원은 “은행들이 투자성향 분석을 편법으로 비켜간 것은 고객의 손해로 당장 이어지지 않더라도 투자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위반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