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 돼지’ 발언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언의 주인공인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에 대한 파면 등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나 정책기획관은 의원들의 국회출석 요구에 불응한 채 고향에 내려갔다가 오후 늦게 국회에 출석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길게 말씀드리기도 민망해 짧게 언급한다”며 “국민을 개, 돼지라고 불렀던 이런 사람은 공직에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주인인 국민을 개, 돼지라고 말하는 공직자들이 박근혜 정부의 공직자로 근무해왔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럽다”며 “정부는 나 정책기획관에 대한 조치를 신속히 진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더민주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세금으로 급여를 받으면서 살아왔고 정책기획관까지 오른 사람이 국민을 개, 돼지에 비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즉각 파면을 전제로 한 중징계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들이 개,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선 막말을 한 나 정책기획관을 아리송하게 처벌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신용현 의원은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교육부 관리의 손에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맡겨놨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고 두렵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일 “아무리 사석이라고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을 욕보이는 믿기 어려운 공직자들의 언사에 충격을 받았다”며 “해당 공직자를 직접 조사하고 중징계를 포함해 상응하는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공직자의 언행은 신중해야 한다”며 “정부는 고위 공직자의 헌법관, 공직 가치관에 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이 부총리는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소속 공무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들게 큰 실망을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건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고 이 점에 대해서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며 “중징계를 포함해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교문위 의원들은 이날 나 정책기획관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나 정책기획관이 나타나지 않자 당사자 출석을 요구하며 회의를 정회했다.

여사 간사들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이 부총리는 “나 정책기획관은 (현재) 심신상태가 좋지 않아 출석이 어려운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나 정책기획관은 현재 고향인 경남 창원 본가에 요양을 위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정책기획관은 지난 7일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등의 발언을 해 파문을 낳았다.

나 정책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부 장관 비서관을 역임하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 등 굵직한 부서를 거치며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나 정책기획관은 지난 3월 현재의 자리로 승진했는데 정책기획관은 대학구조개편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등 교육부의 핵심정책을 기획하는 자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