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한화를 록히드마틴같은 종합방산기업으로 만들겠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버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포부다.
그리고 이 포부를 이루기 위한 마지막 퍼즐이 KAI, 곧 한국항공우주산업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김승연 회장은, 한화는 KAI를 정말로 품에 안게 될까?
일단 가장 먼저 보아야 하는 것은 KAI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쪽에서는 KAI가 매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AI의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이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2022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AI 지분 매각을 진행한 사실이 전혀 없고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협상에도 KAI는 일절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앞으로도 절대 KAI를 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민영화에 진심인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살피면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끝나기 전에는 KAI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실제로 윤 은행장 역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결정이 나오면 그때 가서 매각 여부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화는,
김승연 회장은 KAI를 정말로 원할지를 살펴봐야 한다.
김승연 회장이 꿈꾸는 ‘록히드마틴’, 바로 그 세계 최고의 방산 기업의 성공방정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끊임없이 경쟁자들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불려 온 기업이다. 인수합병, 그것이 바로 록히드마틴이 세계 최고의 방산기업으로 우뚝 선 비결이다.
F-16은 팰콘(매), 바이퍼(독사) 등 멋진 별명도 여럿 갖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투기 가운데 하나다. 여전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는 전투기이기도 하고, 록히드마틴의 최고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F-16은 록히드마틴이 처음부터 생산하던 전투기가 아니다. 바로 록히드마틴의 경쟁자이자 세계 5위의 방산기업, 제너럴다이내믹스가 개발해 생산하던 전투기가 F-16이다.
제너럴다이내믹스는 1993년 록히드였던 록히드마틴에게 록히드마틴의 소형 전투기 생산부문을 매각하라는 제안을 한다. 이 때 록히드는 오히려 포트워스에 위치한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전투기 생산라인을 매각하라는 역제안을 했고 이를 제너럴다이내믹스가 받아들이면서 딜이 성사됐다.
이 포트워스 전투기 생산라인에서 만들던 전투기가 바로 F-16이다. 록히드마틴은 2012년 F-16의 개량형인 F-16V를 공개하면서 “이 전투기는 2060년까지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애초에 이 록히드마틴이라는 이름 자체가 인수합병으로 생겨난 이름이기도 하다. 록히드는 1994년 군용 항공기와 우주발사체 전문 기업인 마틴 마리에타와 합병해 록히드마틴이 됐다.
마틴마리에타 또한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방산업체다. 군용 항공기 제작사 마틴컴퍼니와 우주발사체 기업 아메리카-마리에타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기업인 데다가 1993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 에어로스페이스, 제너럴다이내믹스 우주시스템사업부를 인수하면서 거대한 우주사업체로 성장한 곳이다.
한화가 한국의 록히드마틴이 되기 위해서는 적극적 인수합병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록히드마틴의 역사가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를 성장시킨 길 또한 인수합병이다.
김승연 회장은 29살에 한화 회장으로 취임해 그 이듬해 겨우 30세의 나이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은 당시 2차 오일쇼크 이후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소위 ‘부실기업’이었다. 당연히 이 인수합병은 주위 모두가 반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뚝심으로 이 인수합병을 밀어붙인 다음,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대한생명 인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한화의 품으로 들어온 대한생명은 인수 이후 흑자전환까지 무려 6년이나 걸렸지만, 지금은 한화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화 금융사업의 대들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예술적으로 정리한다는 뜻에서 로이터, 산케이신문 등 외신으로부터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받기도 했다.
이런
김승연 회장이, 그것도 한화를 종합방산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있는
김승연 회장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인 KAI가 매물로 나왔을 때 그냥 지나칠 가능성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645억 달러와 48억 달러. 각각 록히드마틴과 한화 방산사업의 매출 규모다. 한화는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두 회사의 방산사업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화는 2030년까지 글로벌 톱10 방산기업 진입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세계 10위 방산기업인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149억 달러)와 한화 방산사업의 규모를 비교하더라도 3배 넘게 차이가 난다. 적극적인 인수합병이라는 방법이 없이는 사실 달성하기 힘든 목표라고 볼 수도 있다.
김승연 회장은 인수합병을 통해 진짜로 한화를 글로벌 톱10 방산기업으로 우뚝 세울 수 있을까? 구조조정의 마술사로서
김승연 회장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날을 기대해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