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내 차량 도난사고 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 도버 경찰당국이 공개한 도난사고 피해 차량 사진.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를 두고 하원의회 소속 의원이 차량 제조사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미 미국 사회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차량 도난 문제가 미국 정치권까지 확대된다면 현대차와 기아가 큰 후폭풍을 겪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6일 미국 지역언론 뉴스10NBC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소속 하원의원 조 모렐은 현대차와 기아에 차량 도난사고와 관련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차량 구매자에 무료로 보안장치를 제공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량 도난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 뉴욕주 로체스터 지역에서 발생한 차량 도난사고 168건 가운데 116건이 현대차와 기아 차량을 대상으로 발생했다는 현지 경찰의 집계 결과를 인용하며 대응을 촉구했다.
현대차와 기아 차량 도난사고는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별한 장치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현대차와 기아 차량의 시동을 걸어 탈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2011년~2021년 사이 생산된 기아 차량, 2015년~2021년에 생산된 현대차 차량이 모두 이런 방식을 통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 있지만 리콜 등 조치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차량 구매자들에 유료로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판매하고 있다.
조 모렐 하원의원은 이런 상황이 범죄자들의 차량 탈취를 유도하는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더 많은 범죄행위가 발생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제시했다.
범죄자들이 차량을 손쉽게 탈취한 뒤 상점이나 현금입출금기(ATM)를 들이받아 물건과 돈을 훔치는 등 추가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렐 의원은 “믿기 힘들 정도의 이야기지만 이는 우리가 총력을 다해서 막아내야만 하는 일”이라며 “차량 구매자들이 이런 부담을 떠안게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가 소비자들에 무료로 도난 방지장치를 제공하도록 압박하겠다며 의회 차원의 대응에 나서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미국 소비자들과 언론, 경찰 등 관계당국에서 소극적 대응 조치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에도 직면했다.
그러나 이런 사태에 관련해 “모든 차량은 도난사고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등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을 뿐 사후서비스 무상 제공과 같은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산돼 실질적 압박이 더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모렐 의원이 현대차와 기아를 겨냥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회 차원의 압박에 나선다면 이런 사태의 여파가 확산되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대응을 검토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이 나오는 상황은 민감하게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렐 의원은 “소비자가 현대차와 기아의 잘못에 책임을 지게 될 수는 없다”며 “지역사회의 안전을 해치는 지금의 상황에 즉각적 대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