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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탄소중립 버전 만든 대전 동구청 박민숙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1-3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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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탄소중립 버전 만든 대전 동구청 박민숙
▲ 대전 동구청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탄소중립 실천법을 알린다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패러디한 코믹 동영상을 만들었다. 사진은 동영상에서 진양철 회장처럼 분장한 방인석 대전 동구청 유치전략팀장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을 호통치는 장면. <유튜브 캡처> 
[비즈니스포스트] 나란히 앉아 밥을 먹던 직원 두 명이 식판을 들고 일어선다. 진양철 회장이 식판에 남은 밥알을 손가락질하며 묻는다.

“몇개고? 밥알 말이다. 몇 개고? 내 눈에만 보이는기가.”

노래가 흘러나온다. ‘탄소를 줄일 수 있는데.’

이번엔 한 직원이 물 마신 후 빈병을 분리수거함에 던진다. 진양철 회장이 눈을 부라리며 말한다.

“니 아직도 탄소중립 안하고 있나? 지구를 물려받고 싶으면 똑바로 해야 할끼다.”

부랴부랴 직원이 라벨을 떼어내고 페트병만 집어넣는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패러디한 “탄소중립 그기 돈이 된다고?” 동영상 일부다.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이 불렀던 캠페인송 '전국 친환경자랑'이 동영상을 보는 내내 흐른다. 

이 노래를 부른 이, 진양철 회장으로 연기한 이 모두 대전시 동구청 정책개발협력실 직원들이다. 11명의 직원들이 각본부터 분장, 출연, 노래 모두 스스로 했다.

박민범 부청장은 헉헉 대며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는 '발연기', 박희조 동구청장은 박스에 붙은 테이프를 떼는 '손연기'로 찬조출연했다.

탄소중립은 정부 차원에서 전하는 메시지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해 많은 주무부처들이 관련 캠페인을 한다. 굳이 지역의 한 구청에서 이런 동영상을 만든 이유가 뭘까.

이 동영상을 기획한 정책개발협력실 미래세대팀의 박민숙 팀장을 30일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코믹한 동영상 내용만큼이나 쾌활한 인물이었다.

그는 “동구 주민들한테 작은 실천을 확산시키고 싶었던 터에 직원들이 모 팀장을 ‘진양철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유치전략팀의 방인석 팀장이었다.
 
[인터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탄소중립 버전 만든 대전 동구청 박민숙
▲ 동영상을 기획한 대전 동구청 정책개발협력실 미래세대팀의 박민숙 팀장은 “동구 주민들한테 작은 실천을 확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구청 노조가 나눠준 텀블러를 들고 포즈를 잡은 박 팀장. <대전 동구청>
“저는 최유라, 다른 직원은 김혜수, 또다른 직원은 김신영 등등 직원들끼리 평상시에 애칭으로 연예인 이름을 부르거든요. 그래서 모두 역할을 맡아 출연했어요.”

이들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탄소중립은 돈이 된다는 것. 박 팀장은 문서 하나를 보여줬다. 제목은 ‘생활 속 실천 방안’.

거기에는 항목별 월간 기대효과가 비용으로 환산되어 적혀 있었다.

가장 크게 ‘돈이 되는 실천’은 자가용 타던 사람이 1주일에 한 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월간 기대효과는 2만7503원, 이산화탄소 배출을 39.1킬로그램 줄일 수 있다.

실시간 네비게이션으로 더 빠른 길로 가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32.6킬로그램, 탄소중립 비용을 2만2933원 줄일 수 있다.

도보와 자전거를 이용하면 월간 7760원, 타이어 공기압을 빼면 월간 4821원의 비용이 줄어든다.

동영상에서 소개한 실천방안들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음식물 처리 및 낭비로 전 세계에서 8억 톤의 탄소가 배출된다.

그린피스는 음식물 쓰레기를 20%만 줄여도 온실가스 배출량 177만 톤, 승용차 47만 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소나무 3억6천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다.
 
[인터뷰]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탄소중립 버전 만든 대전 동구청 박민숙
▲ 대전 동구청 정책개발협력실 직원 11명은 탄소중립 캠페인 동영상을 만들기 위해 각본부터 분장, 출연, 노래까지 모두 직접 했다. 사진 맨 오른쪽이 이 영상을 기획한 박민숙 팀장이다. <유튜브 캡처>
동영상 속 직원처럼 불필요한 이메일을 지우는 것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스팸메일 데이터를 보관하는 데만 연간 170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메일 한 통을 서버에 보관하는 데에는 대략 이산화탄소 4그램이 배출된다.

메일함에서 1기가바이트(GB)의 이메일을 지우면 한 해에 14.9킬로그램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다. 30년 키운 소나무 두 그루 이상의 효과가 난다. 탄소중립 비용으로 치면 1만2500여 원에 달한다. 

박 팀장은 "앞으로 캠페인 동영상을 3탄까지 만들 것"이라며 "사무실이 있는 10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내용이 2탄"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소중립은 지구뿐 아니라 우리 건강에도 좋다"며 "날씬해진 모습으로 다시 뵙겠다"고 덧붙였다. 이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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