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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애플과 혁신 경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간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3-01-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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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라이벌] 애플과 혁신 경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간다
▲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술 혁신 경쟁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및 애플 '아이폰14' 시리즈 프로모션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혁신은 없었다."

국내외 언론에서 나오는 IT 분야 기사를 관심있게 지켜봐 왔다면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문구다. 애플이 매년 9월 전후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최신 아이폰을 처음 공개한 날이면 확인할 수 있는 표현이었다.

이는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이 선보이는 신제품에 대한 시장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데, 신형 아이폰은 이런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 한 사례가 많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일반적으로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아이폰보다 먼저 공개하며 더 많은 하드웨어 측면의 변화를 선보였다는 점도 이런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에는 체감상 혁신이 없었다는 말을 찾기가 다소 어려워졌다. 애플이 출시해 온 아이폰 신제품이 장기간 비슷한 디자인과 기능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의 기대치도 낮아져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해마다 신형 아이폰에 고성능 프로세서와 카메라,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 등을 적용하면서 꾸준히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시장 초기의 치열한 기술 경쟁을 기억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에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새로운 폼팩터(제품 외형)를 갖춘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에 놀라움을 안겼다. 이에 해당하는 갤럭시Z폴드 및 갤럭시Z플립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 라인업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기술 혁신도 폴더블 스마트폰을 처음 선보인 이래로 정체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의 기술적 한계 때문이 아니라 스마트폰시장 자체가 ‘혁신’이라는 단어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야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신형 스마트폰에 소비자 수요가 몰리며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하던 전성기는 이미 과거의 일이 되었고, 성능과 디자인 등이 대부분 상향평준화돼 이전처럼 혁신적 변화라고 평가할 만한 요소는 거의 등장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결국 단가가 높은 부품을 탑재하며 하드웨어 측면에 큰 개선을 추진하기보다 원가를 낮춰 가격 경쟁에 대응하거나 수익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꿔나가고 있다.

결국 ‘혁신은 없었다’는 표현이 특정 기업을 겨냥하기보다 스마트폰업계 전반의 상황을 나타내는 말로 자리를 잡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사실상 양분하며 서로를 최대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다. 두 회사가 스마트폰사업에 진출한 이래로 더 앞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선보이려는 아이폰과 갤럭시 사이 혁신 경쟁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심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 다음에 전 세계 IT시장을 주도하게 될 하드웨어 또는 플랫폼이 어떤 것인지 가장 먼저 찾아내고 이를 선점하는 기업이 진정한 혁신을 주도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시장이 지난 15년 가까이 전 세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생태계, 부품 공급망 등을 움직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대비하고 개막을 주도하는 일은 두 회사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의 라이벌] 애플과 혁신 경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간다
▲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여러 모바일앱 아이콘.
삼성전자의 현재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은 모두 지난 10년 넘게 스마트폰 공급망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고사양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나며 자연히 우수한 성능과 전력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부품 수요를 자극했고, 삼성전자는 이런 주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면서 부품시장의 규모를 더욱 키우고 이에 따른 수혜를 거두는 사업 구조를 구축해 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해 대화면 스마트폰을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잡도록 하면서 디스플레이사업 성장 동력을 강화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고사양 스마트폰의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은 삼성전자 부품사업 실적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와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실적에서 여전히 모바일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운영체제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현재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기기 구매자들이 앱스토어나 애플뮤직, 클라우드 등을 이용하며 꾸준히 돈을 지불하도록 해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애플워치와 에어팟, 맥북 등 이른바 ‘애플 생태계’에 포함돼 아이폰과 연계성을 강조한 제품도 실적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시대가 막을 내린다면 자연히 애플이 대부분의 사업 영역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스마트폰을 이어 미래 IT시장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될 잠재력이 있는 제품과 플랫폼으로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인공지능 로봇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성은 나타나지 않았고,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여러 분야에서 사업 진출을 검토하며 가능성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공급망을 갖춰내 스마트폰시장 성장 과정에서 이룩한 성과를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애플 역시 새로운 하드웨어 및 플랫폼에서 주요 기업으로 자리잡으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통해 차별화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시장에 대응이 늦거나 잘못된 판단으로 성장성이 낮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기업은 스마트폰시장에 뒤늦게 진출해 뼈아픈 실패를 겪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나 일본 소니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혁신 경쟁은 이처럼 스마트폰의 시대를 벗어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두 기업은 당분간 스마트폰사업에 점진적으로 의존을 낮춰가며 신사업에서 다양한 실험과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원 기자
 
[편집자주] 2023년,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 및 국가 경쟁력에 냉정한 평가가 필요한 때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현재 전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파악하는 일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경제팀에서 연재하는 [삼성의 라이벌] 기획은 삼성전자와 주요 라이벌 기업 사이의 경쟁 판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예측해 삼성의 현 위치를 짚어보고 이러한 경쟁이 어떠한 방식으로 삼성의 위기 극복 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진단한다.

2부- 삼성 vs APPLE
(1) 애플과 혁신 경쟁,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간다

(2) 갤럭시폴드 시행착오 뒤 결실, 애플과 전략 차이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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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단우 발꼬슛
솔직히 애플이 삼성보다 먼저 핸드폰을 출시 했긴 한데, 이재용 행님 버릴 수 없잔슴 님덜아   (2023-06-14 11: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