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1-17 14: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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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수십 쪽의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라."
차우철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 엔제리너스 운영사) 대표이사가 늘 강조하는 것은 '업무 간소화'다. 불필요한 업무를 최소화해 다른 쪽으로 효율을 높이는 것이 개인에게나 조직에 모두 득이 된다는 것이 그가 가진 경영 철학이다.
▲ 차우철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사진)가 업무 간소화를 강조하며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꿔내고 있다.
그는 사원들에게까지 이 철학을 직접 전파하며 롯데지알에스의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17일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차 대표는 올해 초부터 여러 사내 간담회에서 비효율적인 업무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차 대표는 한 간담회 자리에서 "60쪽이나 되는 보고서가 왜 필요한가"라며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보고서를 작성하지 말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임직원들에게 업무 간소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조직문화를 바꾸려면 최고경영자(CEO)의 생각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롯데지알에스의 한 직원은 "실제로 일을 도맡아 하는 실무자 위치에 있는 사원·대리·과장급 직원들의 생각과 최고경영자의 생각이 일치해야만 공통된 목표를 세울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업무 효율화와 같은 조직문화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차 대표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지알에스에 따르면 차 대표는 업무 간소화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차 대표의 경영 철학은 '경직된 조직에서는 유연한 사고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힘쓰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차 대표는 실제로 2020년 11월 롯데지알에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부터 임직원들의 말을 듣는 창구를 마련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경영게시판을 통해 사내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사내 임직원들이 직접 적은 애로사항을 보고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이 있으면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지시한다고 한다.
현장 목소리도 듣기 위해 애를 쓴다. 롯데리아나 엔제리너스 매장을 직접 찾아가 점장이나 부점장 등과 만나 짧게나마 의견을 듣고 현장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롯데지알에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만 해도 수기로 작성해야 하는 현장 업무가 많았다면 차 대표 취임 이후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된 덕분에 전산으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늘었다고 한다.
차 대표는 변화한 조직문화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 모범도 보인다. 임직원들이 조금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해 본인부터 정장이 아닌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근한다.
차 대표가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도 업무 간소화를 향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는 롯데지알에스 사내 게시판에 올린 신년사에서 "현재의 관행적인 업무 가운데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는 폐지하고 지속 또는 개선 해야하는 업무는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시스템에 투자해 간소화하고 효율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지알에스 관계자는 "차 대표 취임 이후 본사 사옥을 이사하면서 유선으로 보고할 것은 유선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No) 페이퍼' 방식의 일하는 문화도 정립되고 있다"며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회의도 적극적으로 줄이는 등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회사를 잘 되게 하는 원동력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지알에스가 지난해 1~3분기에 3년 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도 차 대표의 이런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롯데지알에스는 2022년 1~3분기에 매출 5787억 원, 영업이익 3억 원을 내며 2019년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했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의 영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2022년 12월14일이 임기 만료였던 차 대표가 지난해 말 실시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재신임된 것 또한 이런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것이 롯데그룹 안팎의 평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