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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중년을 위로하는 '환승연애'-낸시 마이어스의 49금 로맨스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3-01-1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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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중년을 위로하는 '환승연애'-낸시 마이어스의 49금 로맨스
▲ 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한 장면. 어른스러운 로맨틱 코메디다. 
[비즈니스포스트] 해가 바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 계획을 세우거나 결심을 한다. 금주, 금연, 외국어 공부, 운동...... 아마 이런 게 흔한 목록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짝이 없는 사람은 인연을 찾기를 희망할 수 있다. 운명처럼 누군가 등장하기를 막연히 꿈꾸기도 하지만, 결혼정보 업체나 동호회에 등록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한동안 뜸했던 남녀 매칭 프로그램이 요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 인기 있었던 ‘산장미팅’이나 ‘짝’ 같은 프로그램들이 부활했다.

그런데 색깔이 좀 달라졌다. 짝짓기 프로그램은 으레 청춘남녀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는데 최근 인기 있는 ‘나는 솔로’, ‘환승 연애’ 등은 돌싱 남녀 출연자가 나오거나 헤어진 ‘X'들이 등장한다. 

내가 좋아했던 2015년 드라마 '프로듀사'의 남자 주인공은 어리바리한 방송국 신입 피디인데 아이디어 회의에서 짝짓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모두들 식상하다는 반응이었지만 그는 통계자료를 제시하며 짝짓기 프로그램은 주기적으로 돌아왔으며 흥행 성공률이 높다는 설명을 한다.

시청자인 내가 들어도 설득력 있었는데, 요즘 추세를 보니 그 대사가 찰떡이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늘은 30~40대 돌싱 커플보다 좀 더 매운맛 49금 로맨스 영화 두 편을 이야기하려 한다. 정초부터 우울하게 시작할 수는 없으니 맵고 짜고 단 맛이 두루 섞인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낸시 마이어스의 어른 로맨스 두 편을 골랐다.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한 낸시 마이어스는 감독에서 제작까지 영역을 넓혀 꾸준히 작업해왔다. 흔한 말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런 면에서 ‘계묘년’에 잘 어울리는 감독이다.

그녀의 남녀 탐구생활은 '왓 위민 원트'(2000)부터 시작되었다. 천하의 바람둥이 남자가 여자들의 속마음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인생이 바뀌는 이야기였다.

1949년생인 낸시 마이어스는 49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는 모두 어른스럽다.

특히 50대 중반 여성이 주인공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4), '사랑은 너무 복잡해'(2010)는 그 나이가 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이 맛깔스런 양념처럼 쏙쏙 박혀 있다. 

낸시 마이어스, 다이안 키튼, 잭 니콜슨이 의기투합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은 쭉쭉빵빵한 20대 미녀들의 경쾌한 워킹으로 화려한 막을 연다. 이 화면 위로, 63세가 되도록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30살 넘은 여성과는 절대 데이트하지 않는 남자 해리(잭 니콜슨)가 젊음을 찬양하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젊음의 향기는 남자의 시간과 돈을 아깝지 않게 만든다, 뭐 이런 요지다. 화면에 등장하는 미녀들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이해될 것 같다.

사건은 해리가 여자 친구 엄마의 별장에 가면서 벌어진다.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려 했는데 뜻밖에 엄마 에리카(다이안 키튼)와 이모가 들이닥치고 일이 뒤죽박죽된다. 

슬프게도 해리는 여자 친구와 낭만적인 시간을 보내려는 참에 심장발작을 일으킨다. 해리는 응급실에서 비아그라를 복용했다는 사실을 사람들 앞에서 털어놓아야 했고, 마취약에 취해 엉덩이가 다 보이는 환자복을 입고 병원 복도를 헤매는 추태도 보인다.

뉴욕에서의 해리는 최고급 양복에 자동차에 미녀들과 데이트를 즐기는 멋진 중년 남성이지만 시골 별장에서 해리는 나약하고 외로운 모습이다.

에리카는 해리 덕에 병원에서 만난 젊은 의사(키아누 리브스)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희곡작가인 에리카의 찐 팬이라면서......키아누 리브스라니 황송한 일이지만 그와 함께 있는 다이안 키튼은 편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참 공감이 간 에피소드는 해리와 에리카의 돋보기가 뒤바뀐 일이다. 돋보기 없이는 문자도 시계도 보기 힘든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돋보기를 빌려준다. 불같은 사랑도 좋지만 공감대는 편안한 관계의 전제조건이다.
 
[CINE 레시피] 중년을 위로하는 '환승연애'-낸시 마이어스의 49금 로맨스
▲ 영화 <사랑은 너무 복잡해> 스틸이미지. 
'사랑은 너무 복잡해'는 그야말로 복잡한 관계가 줄줄이 펼쳐진다. 메릴 스트립과 알렉 볼드윈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매력 포인트다. 이혼한 지 10년 된 부부가 다시 만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젊은 싱글맘과 재혼한 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은 5살짜리 꼬마와 놀아줘야 하고 불임센터에서는 컵을 들고 비디오방에 들어간다. 58세와 어울리지 않는 일상이다.

이 영화는 다른 건 몰라도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라는 거 하나는 확실히 알려준다. 전처와 다시 만난 제이크는 그녀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황홀해 한다. 재혼한 아내는 5살짜리 입맛에 맞는 음식만을 주기 때문이다.

전처 제인(메릴 스트립)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불륜녀가 된 현실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제이크는 도덕적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제이크는 40대의 두 사람은 육아와 가사에 지치고 회사 일에 쫓기느라 서로를 괴롭혔는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고 서로가 원하는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내 주변에서도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독립한 후 사이가 돈독해진 부부들이 꽤 있다. 그때 못 참고 이혼했으면 어쩔 뻔 했는지 아찔하다는 고백을 들은 적도 있다. 제인은 고생해서 키워 놓았더니 부모에게 원하는 것은 크레디트 카드뿐인 아이들을 보며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제이크에게 마음이 끌린다.

어떤 책 제목처럼, 지금 아는 것을 40대에 알았더라면, 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노년에 확실한 베스트 프렌드 한 명을 마련해 놓기 위해서는 젊어서 참자.’ '사랑은 복잡해'의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곧 설 연휴도 다가오는데 영화로 시간을 보내려는 계획을 한다면 낸시 마이어스의 로맨틱 코미디 세계를 추천해 본다. 이현경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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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01-17 16: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