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폭을 크게 키울 수 있는 3조2천억 원 규모의 미국 대규모 투자를 11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구영 사장이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솔루션 미디어데이'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 <한화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주택용 및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4년 넘는 기간 연속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현격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이구영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대표이사 사장이 11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솔루션 미디어데이’에서 미국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의 입지를 묻자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이구영 사장은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모두 3조2천억 원을 투자해 연간 미국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현재 1.7GW(기가와트)에서 2024년 말 8.4GW까지 늘리겠다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새로 지을 생산시설까지 포함한 미국 조지아주의 태양광 통합 생산단지는 ‘솔라허브’로 명명됐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증설이 완료되면 올해 상반기 미국 조지아주 달튼에서 연간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 3.1GW를 갖추게 된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2GW를 더해 달튼 공장에서는 연간 5.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확보한다.
이와 함께 조지아주 카운터빌에는 잉곳·웨이퍼·셀·모듈을 각각 연간 3.3GW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한다.
한화솔루션이 이번에 발표한 3조2천억 원의 투자 규모는 미국 태양광 에너지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 기업과의 대결에서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규모 면에서 경쟁하기 보다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이라는 확실한 안마당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한화솔루션에 따르면 미국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22년 19GW에서 2026년 44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이 전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에서 16%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서 주택용 및 상업용 태양광 시장에서 모두 2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내놓은 분석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은 2019년 기준 폴리실리콘 63%, 잉곳과 웨이퍼 95%, 셀 79% 등을 점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이런 시장 지배력은 현재까지도 거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은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중국에 맞설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효과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본격 발효된 올해부터 현지에서 태양광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세액공제를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은 kg(킬로그램)당 3달러, 웨이퍼는 ㎡(제곱미터)당 12달러, 셀은 W(와트)당 4달러, 모듈은 와트당 7달러의 세액공제를 받는다.
이번 투자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한화솔루션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혜택을 보는 세액공제 규모는 4배가량 급증한다.
한화솔루션이 올해 상반기 조지아주 달튼에 증설을 마치고 모두 연간 3.1GW의 모듈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연간 2500억 원가량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모듈 증설량 5.3GW와 웨이퍼와 셀 신설량 각각 3.3GW가 추가되면 한화솔루션이 받게될 세액공제 규모는 연간 1조 원으로 커진다.
이 사장은 태양광 제품 가치사슬별 생산라인을 한군데 모음으로써 물류비 절감과 운영 효율성 효과를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세액공제까지 더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솔라허브 조성에 나서는 것은 미국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솔라허브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태양광사업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 생산라인에 지난해 지분을 인수한 REC실리콘이 만드는 폴리실리콘 투입도 검토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초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REC실리콘의 지분 21.34%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REC실리콘은 워싱턴주 모지스레이크에 위치한 수력발전을 기반으로 올해 말부터 5.3GW의 셀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인 폴리실리콘 연간 1만6천 톤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사장은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과 독일에서 연구개발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거점을 미국에도 늘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사장은 “이번 계획은 대규모 제조설비 투자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관련 내용은 빠져있다”면서도 “현재 독일과 국내 판교 두 곳에서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에 대규모 통합 태양광 단지가 세워지는 만큼 향후 자연스럽게 연구개발시설도 구축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화솔루션은 이날 발표한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계획에 앞서 지난해 기존 제품보다 발전효율을 높인 차세대 제품들의 양산 시점을 결정했다.
현재 상용화된 퍼크(PERC) 셀의 발전효율을 최대 3%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는 탑콘(TOPCon) 셀을 올해 4월부터 상업생산한다. 탑콘 셀보다도 이론적 한계 발전효율이 20%포인트나 높은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도 2026년 6월부터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새로 구축할 생산설비를 우선 퍼크 셀 생산라인으로 채운 뒤 탑콘 셀의 최적화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이뤄지면 향후 탑콘 셀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탑콘 셀을 생산하는 데에는 기존 퍼크 셀 생산라인에 몇 개의 공정을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사장은 “한화솔루션이 종합 태양광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소식을 전하게 됐다”며 “대규모 북미 투자를 통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