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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중국발 코로나 입국제한과 여행배당금 사이 정치경제학

이태희  newsarmy@gmail.com 2023-01-09 14: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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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중국발 코로나 입국제한과 여행배당금 사이 정치경제학
▲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 유전자증폭(PCR) 검사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코로나19방역 현장을 점검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기자시절 총리실 출입을 했던 경험을 떠올려봐도 뭔가 아리송하고 찜찜하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발 입국자의 코로나19 음성확인서 제출 의무화에 따른 검역과 입국절차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고강도 방역대책이 시행된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째 인천공항 방문이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통상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행보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처음부터 기획되고, 정치적으로 해석된다.

그런 국무총리가 새해 시작하자마자 바쁜 일정을 쪼개 두 번이나 공항을 찾았다. 

중국에서 심각한 코로나 변이가 발견됐나?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오미크론 하위 변위이고 면역 회피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현존하는 오미크론의 일종이고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닌 듯하다. 총리가 두 번이나 공항에 가서 ‘비상등’을 켤 위급상황은 아닌 듯싶다.

얼마 전 인천공항 PCR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중국인이 중간에 도주했다가 붙잡힌 사건 때문일까?

언론에서 호들갑스럽게 보도하긴 했지만 설마 그건 아닐 듯싶다. 

결국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해석일 듯하다.

그런데 중국발 코로나에 대해 국민들이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까?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일 방역조치 강화 이후 8일까지 인천공항을 통한 중국발 입국자 수는 누적 7천465명이고, 공항에서 검사받은 단기체류자의 누적 양성률은 21.7%(1643명 중 357명 양성)이라고 한다.

물론 적지 않은 숫자이고 비율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역시 하루 4만 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임을 생각하면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솔직히 방역당국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아직 주위에서 중국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본적이 없다. 솔직히 나는 지난 주 가족들이 코로나에 재감염되어 일주일 내내 긴장하며 보냈다. 
 
[비즈 프리즘] 중국발 코로나 입국제한과 여행배당금 사이 정치경제학
▲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코로나19로 중국 베이징 번화가에 인적이 다시 끊긴 모습.  <연합뉴스> 
단지 순수하게 중국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안심시키기 위해서가 목적이었다면 그의 행보는 너무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이다.

특히 최근 중국 코로나 확산 사태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미묘하게 돌아가는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보자면 더욱 그렇다.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영국, 프랑스 등 상당수의 서방국가들이 중국발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방역 조치를 대폭 강화하자 중국 정부는 “중국만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한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차별적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미디어에는 미국을 겨냥한 원색적인 비판의 기사와 칼럼들이 넘쳐난다. 중국을 겨냥한 이러한 조치는 정치적 동기가 숨어있는 “유독성 트렌드(toxic trend)”이며, 미국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이러한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 재확산 사태를 계기로 ‘가치전쟁’의 새로운 라운드를 여는 듯한 느낌이다. 특히 중국 관영 환구시보(环球时报)에 실린 한 칼럼이 눈에 띄었다.  

“미국의 중국과의 협력은 장식에 불과하며 기후변화와 전염병 같은 문제들은 모두 협력을 기치로 중국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미국에 이용된다”고 비판하며 미국이 중국정부의 해외여행제한 조치 해제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미국에서 풀어낼 ‘여행배당금’을 즐기고 싶다면 이들에게 환영의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고 썼다.  
 
중국입장에선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미크론이 대세인데 왜 유독 중국에만 엄격한 룰을 적용하느냐는 것이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 국가로서는 전세계가 몸살을 앓을 때 문을 꽁꽁 걸어 잠그더니 이제와서 ‘적반하장’이라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깜깜이 통계’가 불확실성을 증폭시킨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 초기인 2020년 초 환자 수가 급증하자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을 포함해 174개국에서 한국 출발 여행객에 대해 입국을 제한조치를 당했고, 오미크론으로 인한 2차 대유행 때도 ‘코리아 포비아’라며 상당수의 국가에서 제한을 했다.

우리에겐 기분 좋은 기억은 절대 아니다. 체면과 자존심을 강조하는 중국 특유의 기질을 이해하지만, 중국 역시 다른 나라의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그리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중국의 코로나확산에 대해서는 우리와 다르게 대응하는 국가들도 있다.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입국자에게 별도의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들은 앞서 환구시보 칼럼에서 언급한 중국정부의 제한조치해제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들의 ‘여행배당금’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나는 혹시 모를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발 입국자의 검역을 강화하는 우리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어느 나라 총리가 공항에서 중국발 입국자 방역조치 시행을 점검하고 격려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은 없다.

만약 지난해 한국에서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왔었을 때 다른 나라의 지도자가 유사한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받을지 지 생각해 보자. 혹자는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이냐’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상대국에 대한 배려와 예의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묘한 국제관계에서 정치적 소재로 활용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정치 행위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적어도 우리가 ‘완장’을 찬 것처럼 비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외교의 기본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명분과 실리를 챙기는 것. 외교와 국민건강을 함께 염려하는 세심하고 세련된 전략적 접근이 아쉽기만 하다.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도 유감이다. 중국발 입국자 방역조치 강화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에 가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는 ‘No 한국’운동이 번지고 있다는 기사를 버젓이 내고 있다.

웨이보(중국 트위터)에 일부 샤오펀훙(애국주의 네티즌, 小粉紅)들의 몇 마디 코멘트를 침소봉대한 것이다.

이들이 중국 사람들의 여론을 대표하지도 않고 실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도 않다. 지금까지의 경험상 이러한 언론의 선정주의는 한국 네티즌들의 반발과 중국의 역반발 등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문제를 키운다.

유독 중국의 코로나 관련 기사들의 행간에는 상황악화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왠지 모를 고소함’이 느껴진다. 필자를 비롯해 3년 여간 중국의 문이 열리기만 기다려온 기업들은 정부의 말 한마디, 언론의 보도 한줄에도 가슴이 철렁철렁한다.   

말이 길어졌지만, 비즈니스로 눈을 돌려보자. 지금은 중국에 대한 ’코로나 포비아’에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보도처럼 중국의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일선도시들이 80%이상이 감염되었다면, 중국 비즈니스를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만큼 희소식이 없다.

이미 집단면역에 도달했거나 임박했고, 우리나라와 마찬가지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설연휴인 춘절(春節)을 지나고 농촌지역으로까지 확산을 고려하면 당분간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은 지속되겠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빗장을 열고 ‘장강(長江)의 봄’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에서 ‘위드코로나’로 정책전환이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힘에 등떠밀린 경향이 크지만 중국의 리오프닝은 예상보다 빨리 극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대외교역량 중 2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이다. 우리의 입장에선 중국의 코로나 확산이 아니라 위드코로나의 성공이 훨씬 중요하다.

‘저축’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이 3년간 자의반 타의반 닫아두고 아껴두었던 지갑이 ‘보복소비’라는 이름으로 통 크게 열리기 때문이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주석의 최우선 과제도 경기부양에 맞춰져질 수 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입국제한 조치 해제는 물론, 넥슨과 넷마블 등 한국게임 7종에 대한 외자판호 발급, 앤트 그룹의 홍콩증시 상장계획 승인 등 일련의 소식들도 중국발 훈풍을 느끼게 한다. 

비록 지금은 중국 코로나의 확산에 온통 초점이 맞춰 있지만 멀지 않아 중국이 코로나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경우만 해도 코로나에 걸렸던 베이징과 상하이의 동료들이 대부분 회사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 위드코로나 이후 소비의 활력을 찾은 우리나라를 생각보면 몇 달 후 중국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중국진출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한국에서 중국인 상대로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지금 준비하고 서둘러라.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열렸다. 나는 새해에는 다른 어느 나라 보다도 우리기업과 상인들이 3년간 기다렸던 중국발 여행배당금도 챙기고 중국인들의 보복소비금도 가장 많이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이태희 CUE코리아 대표
 
대학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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