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TV용 올레드에서 협력하자는 손길을 내밀면서 LG디스플레이가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TV용 대형 올레드(OLED)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다시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협상에서 공급단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진행될 협상에서는 서로 합의점을 찾을 공산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데다 모회사 LG전자의 실적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주요 TV 제작회사인 삼성전자가 올레드 협력과 관련해 내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국 CES2023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LG디스플레이와 협력 가능성을 두고 "소원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단계다. 열려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사이에 지난해 TV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협력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 그 불씨가 다시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두 회사 사이에 협력이 불발된 것은 가격협상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TV시장 세계 1위라는 위상을 앞세워 LG전자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낮은 수준을 LG디스플레이에 요구했으나 LG디스플레이는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단기적 실적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을 것인지를 끝까지 저울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올레드 시장이 확장될 것이 명확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요구에 맞춰 가격을 너무 낮춰 잡으면 결국 장기적 시장 입지를 낮춰 '소탐대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 책정이 두 회사 사이 올레드 협력 여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LG디스플레이에선 아직까지 공식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협력 무산이 결정된 뒤로 업황 악화에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믿을 구석으로 꼽히는 모회사 LG전자도 4분기 '어닝쇼크'를 만나면서 다급해진 상황에 놓여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나타난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디스플레이 불황에 더해 중국 업체들의 LCD 저가 공세에 영향을 받아 크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1조2093억 원을 나타내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영업적자로 전환했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2조 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하면서 올해에도 영업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모회사인 LG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치(컨센서스)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 655억 원을 거뒀다. 이는 2021년 4분기와 비교해 91% 가량 줄어든 수치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믿을 구석인 모회사의 실적 부진까지 겹친 상황에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와 고부가 차량용 올레드 디스플레이 분야에 힘을 줘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TV용 대형 올레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는 업황이 회복할 때까지 힘을 다소 빼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올레드 분야에서 수요절벽을 만나면서 파주 올레드 공장 일부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TV 제조분야에서 큰 손인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LG디스플레이에 단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 TV강화에 고삐를 죄려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LG디스플레이의 물량이 필요하다.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 올레드 패널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수율 개선을 통해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을 지난해 130만 대 수준에서 올해 200만 대까지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에도 올레드 TV 패널 납품을 진행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올레드 TV 제조에 필요한 패널 물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력 가능성을 높게 보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사업부 영상전략마케팅팀 상무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23년 TV시장은 올해 지속 중인 대외환경 불확실성 속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있지만 초대형을 비롯한 프리미엄 TV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프리미엄 중심으로 제품을 지속하고 초대형 TV시장을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