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이 2025년까지 연평균 52.5%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유망 산업이 있다. 디지털트윈이다.
IT리서치기업 가트너는 향후 5~10년 내 정점에 달할 혁신적 잠재력이 있는 유망 10대 전략 기술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트윈을 꼽았다.
현실 세계의 객체와 이를 가상 세계에 모사한 일종의 쌍둥이. 현실과 가상의 쌍둥이 형제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유용성이 디지털트윈의 가치다.
역사 유적지, 관광지 등에 가보면 조감도나 모형도를 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는 아날로그트윈이라 할 수 있다. 이 아날로그 트윈을 단순히 디지털로 시각화한 저차원적인 것도 디지털트윈이다.
아날로그트윈이나 저차원적 디지털트윈이라 해서 유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관광 명소에 방문했을 때 대개는 큼직한 건물, 조형물들로 구성돼 있어서 관람객이 한 눈에 봐서는 어디가 어딘지 구분을 못할 때가 많다. 그런데 소형화된 조감도 같은 게 있으면 “내가 어디 어디를 가봐야 되겠다, 동선을 이렇게 구성하면 되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기술들을 더한다면 유용성은 크게 높아진다.
가령 통신과 사물인터넷 기술 등이 접목된다면 관람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관광 명소 각 구역별 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하거나 설명을 듣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너무 사람이 많이 몰린 곳을 피해 한산한 곳부터 구경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접목된다면 시설물의 수명과 유지보수 시점 등을 정확히 예측해서 효율적으로 시설 관리가 가능해지고 관람객들에게 인기 있는 구역을 순위별로 분류하고 이런 자료를 토대로 홍보물을 제작하는 일도 쉬워진다.
이렇게 본다면 고도화된 디지털트윈은 상당히 많은 요소기술의 결합체인 셈이다. 그리고 이런 핵심 요소기술들을 보유한 여러 기업들이 디지털트윈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럼 디지털트윈과 관련해 어떤 기업들을 주목해야 할까?
먼저 디지털트윈 사업으로 사업구조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곳, 디지털트윈의 핵심 요소 기술을 토대로 이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곳들을 꼽을 수 있다.
먼저 네이버는 아크버스라는 디지털트윈 도구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크버스는 인공지능, 로봇, 클라우드를 융합해 디지털트윈을 구현한 것이다.
네이버는 제2사옥을 만들면서 이곳에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클라우드 등의 선행 기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이 제2사옥에 아크버스가 적용됐다.
즉 아크버스를 통해 현실세계와 똑같은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고 현실과 상호 연동해 서비스 로봇과 자율주행 모빌리티 등을 가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디지털트윈이 네이버에 의미 있는 이유는 이를 통해 B2B 형태로 다른 기업들에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버는 성장 정체를 극복하는 게 중요한 과제다. 현재 B2C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지닌 네이버로서는 B2B로 사업을 확장하는 게 성장성 확보에 중요하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 건설 수주전에도 동참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네이버 제2사옥에 구현된 아크버스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아크버스에 구현된 스마트빌딩 기술력이 네이버의 B2B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 방증한다.
더 나아가 도시계획과 같은 더 넓은 공간적 범위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디지털트윈 사업의 비중이 높은 스타트업 중소 IT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트윈이 사업의 일부분인 대기업과 달리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들은 디지털트윈 시장이 커지면 더 많은 수혜를 볼 수 있다.
바이브컴퍼니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관련 기술력을 토대로 디지털트윈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빅데이터는 디지털트윈에서 패턴을 유추하고 유용한 정보 발굴을 위한 양적 데이터 제공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은 이런 빅데이터를 수집, 분석, 학습해 유용하게 가공할 수 있다.
바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스마트시티 연구소에서는 빅데이터 기술, 소셜 데이터 등을 활용해 도시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해 정책 실험을 검증하는 플랫폼을 가동하고 있다. 각 개인의 행동 모형을 재현하고 사회 현상의 복합적 원인을 추정한 시물레이션 과정을 거쳐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브컴퍼니는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인공지능 솔루션인 ‘AI Solver’를 통해 세종시와 부산시 스마트시티 시범도시사업의 기본설계계획과 플랫폼 구축을 주관하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손 잡고 3기 신도시 건축을 위한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도 개발했다.
MDS테크의 자회사인 MDS인텔리전스는 사물인터넷 기술과 시각화 기술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곳이다.
사물인터넷은 물리적 객체의 실시간 데이터글 수집해 물리적 객체와 가상 객체 사이 양방향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MDS인텔리전스는 올해 초 디지틀트윈 기술기업인 스탠스를 인수했다. 스탠스는 실제 환경을 0.5mm 이내 정밀도로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기존 MDS인텔리전스의 디지털트윈 기술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이다.
MDS인텔리전스의 여러 디지털트윈 솔루션 가운데 ‘하이아쿠아’라는 수질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
하이아쿠아는 수질을 측정하는 센서와 이를 모니터링하는 사물인터넷 플랫폼, 솔루션을 적용하는 하천, 댐, 양식장, 항구 등의 시설을 시각화한 디지털트윈으로 구성돼 있다. 잔류염소, 녹조, 탁도, 산도, 온도, 염도 등 다양한 항목의 수질 특성을 측정할 수 있고 각 항목별로 선택해 설치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물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고 오염원의 유입 경로나 외부 환경 등을 파악해 관리하는 데도 유용하다.
디지털트윈을 통해 수위 변화,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물레이션할 수도 있다.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디지털트윈 시장의 고성장세에 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대체로 일치하는 견해를 보인다. 마캣앤마캣은 디지털트윈이 연평균 58% 성장해 2026년 5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디지털트윈 시장의 성장은 분명해 보이지만 아직은 어떤 기업이 여기서 과실을 누리게 될지 장담하기엔 이른 단계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트윈 시장 개화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곳들에게 기회가 있다는 사실이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