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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매치] 롯데-신동빈 신세계-정용진, 유통 위기 탈출 혁신 경쟁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1-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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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매치] 롯데-<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91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신동빈</a> 신세계-<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1026'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용진</a>, 유통 위기 탈출 혁신 경쟁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혁신을 중요 화두로 던졌다. 누가 얼마나 빨리 잘 혁신하느냐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유통사업 미래가 달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항상 위기에 쫓긴다.

국내 유통업계를 이끄는 선두주자이지만 정부 규제와 온라인 쇼핑몰의 등장, 코로나19 사태, 고금리·인플레이션에 따른 내수소비 위축 등 여러 복합적 위기가 끊임없이 이들에게 몰아치고 있다.

이들이 수년째 혁신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다.

계묘년인 2023년, 올해도 마찬가지다. 

신 회장과 정 부회장은 새해에 주력해야 할 사항으로 어김없이 혁신을 거론했다. 누가 더 빠르게, 누가 더 매력 있게 혁신하느냐에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두 선두주자의 미래가 달려 있다.

◆ '더 유연한' 롯데그룹 원하는 신동빈, 올해도 조직문화 개선 조준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올해 보수적이고 경직됐다고 평가받는 롯데그룹의 조직문화를 스타트업보다 더 스타트업다운 문화로 바꾸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2일 발표한 올해 신년사는 예년과 비교해 유독 길었다. 지난해 신년사는 1천 자를 갓 넘었지만 올해는 1600자를 훌쩍 넘었다.

내용이 많이 달랐던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새로운 시각의 필요성 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신년사에도 담겼다.

하지만 어조에는 위기의식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신 회장은 "영구적 위기 시대의 도래는 우리가 당연하게 해왔던 일과 해묵은 습관을 되돌아보게 한다"며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신 회장은 말했다. 그는 2021년부터 롯데그룹 위기 돌파 방안 가운데 하나로 조직문화 개선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실제로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롯데그룹에서 수십 년 일한 정통 '롯데맨'보다 외부인재를, 필요하다면 라이벌기업 출신 인재까지 최고경영자(CEO)로 발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들은 신 회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예를 들면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롯데백화점 대표)은 취임 일성으로 "가장 부정적인 조직문화는 상명하복이며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위험한 사람이고 시키기만 하는 사람은 더 위험한 사람이다"며 롯데그룹의 조직문화를 꼬집었다.

그는 이후 보고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출장, 주 1회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지 일할 수 있는 제도 등을 도입하며 딱딱했던 롯데백화점의 분위기를 확 바꿔냈다.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 역시 조직문화 개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온으로 이직한 한 직원이 '롯데답지 않은 롯데온의 조직문화에 적잖이 놀랐다'는 취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을 정도로 자유도가 높은 조직문화를 정착시켰다.

다른 계열사에서 일하는 임원들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가 영입한 한 임원은 과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보수적이라는 롯데에 대한 세간의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 와서 보면 뭘 가지고 보수적이라고 하는 건지 오히려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 빅3'만 놓고 보면 롯데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백화점사업을 놓고 보면 롯데백화점은 몸집만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전국 연 매출 1위 백화점'의 타이틀은 이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몫이 된지 오래됐으며 더현대서울과 같은 혁신 모델도 드물다.

대형마트사업에서도 롯데가 가야할 길은 멀다. 이마트가 지난해 부진했다고는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을 직접 비교하면 롯데마트가 여전히 한 수 아래다.

신세계가 힘쓰고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와 같은 새 성장동력도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신 회장은 지난해 5월 총 37조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8조1천억 원을 유통사업군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롯데쇼핑의 핵심인 롯데백화점의 지점 재단장과 복합쇼핑몰 개발 등이 주요 계획이다.

신 회장이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토양을 만드는 데 힘써온 만큼 올해는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 아래 과실을 거두는 데 좀 더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혁신의 고삐도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사업을 이끄는 수장들이 모두 '유통 1번지' '그로서리 1번지' '강남 1등 백화점’과 같이 1위를 강조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혁신적 변화들이 올해도 롯데그룹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용진은 혁신에 '고객' 담아,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하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역시 신 회장 못지않게 혁신에 진심을 보인다. 다만 그 혁신의 방향이 조직문화보다는 고객 관점의 혁신이라는 점이 신동빈 회장과 다르다.

정 부회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기본의 핵심은 고객과 상품임을 잘 알고 있다"며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할 것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과 대화할 것 △위기 대응의 관점을 바꿀 것 등 3가지를 임직원에게 주문했다.

그가 주문한 3가지 핵심 가치 가운데 고객이라는 단어는 2번이나 나온다. 특히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정 부회장이 3년째 꺼내드는 화두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이 고객 관점의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가 최근 몇 년 동안 고객의 수요를 정확히 겨냥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1월 이마트를 선봉으로 신세계백화점과 G마켓 등 19개 계열사가 참여해 '쓱세일'이라는 대규모 할인행사를 마련했다.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우승과 관련해 단순히 그룹 내부에서 자축하는 정도에 머문 것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축하파티를 즐기겠다는 취지였다.

이는 '이마트 오픈런'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야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조차 이마트로 발길을 옮겼을 정도로 수많은 고객이 전국 각지의 이마트 매장에 모였다.

소식을 뒤늦게 듣고 매장으로 발걸음한 고객들은 텅텅 빈 매대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쓱세일은 성공적이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쓱세일 기간 매출은 애초 세웠던 목표의 140%를 달성했다. 

내부의 기대를 웃돈 성과 덕분에 정 부회장은 이마트 전 직원에게 뜻밖의 보상으로 10만 원씩을 지급하기도 했다.

쓱세일의 여운이 다 가기도 전에 정 부회장은 또 한 번의 대형 행사를 만들어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31일과 올해 1월1일에도 ‘쓱세일 시즌2’ 격의 대규모 할인행사 ‘DAY 1’을 마련했다. 새해 첫 날부터 매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인 탓에 한산하게 장을 보고자 했던 고객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대규모 할인행사가 이마트에 득이 됐는지 실이 됐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할인율이 워낙 컸던 터라 매출은 늘었겠지만 수익성에 일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증권가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성장세가 멈춰버린 대형마트업계에서 고객들이 이마트를 찾아야 하는 이유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만 보면 정 부회장의 의도대로 시장이 움직인 것 또한 사실이다.

정 부회장의 여동생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보다 브랜드 경쟁력에서 앞서는 이유도 고객 관점 경영 덕분이다.

신세계는 여러 지역에 점포를 내는 전략보다는 각 지역의 1등 점포를 만들겠다는 '전 점포 지역 1번점 전략'을 추구해왔다. 그 결과 신세계는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모두 매출 1위 백화점 자리를 차지했다.

매장 수로만 보면 롯데백화점에 밀리지만 대신 '고품격 백화점'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해 이뤄낸 성과다. 롯데백화점은 오히려 매장 수가 많은 탓에 희소성이 부족한 ‘서민 백화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정 부회장이 강조하는 고객 관점의 혁신은 올해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과 대화하기 좋은 소재인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 마음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 한다. 고객의 마음이 떨리게 만들어야 한다"며 "고객들이 열광할 수 있는 '신세계 유니버스'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백화점은 높은 수준의 안목과 가치를 담은 브랜드로, 이마트는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의 상품으로 고객에게 풍요로운 일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품격 있는 서비스, 스타필드는 고객에게 끊임없이 즐길거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객 관점의 혁신은 신세계그룹 계열사 혜택을 한 데 묶은 스마일클럽을 통해 더욱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세계그룹은 G마켓이 운영해오던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에 SSG닷컴의 혜택을 결합해 새로운 멤버십 서비스를 내놨다. 올해는 여기에 스타벅스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에서도 이용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멤버십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부문은 신세계 본점 확장과 남산, 송도, 수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차별화한 경쟁력 유지에 온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희헌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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