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그룹이 그룹의 미래 비전을 이루기 위한 큰 줄기의 투자 방향성을 정하고 재원 마련과 세부 투자 계획에 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2일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청사진인 비전 2030을 소개하는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8년 동안 20조 원 넘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시대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는 다시 없을 기회를 잡으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글로벌 경제 환경이 악화하는 데 따른 안정적 경영도 요구되고 있어서다.
이에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그룹의 비주력 사업정리 등 사업구조를 일부 조정할 가능성이 나온다.
3일 LS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미래 비전을 이루기 위한 큰 줄기의 투자 방향성이 정해진 만큼 재원 마련과 세부 투자 계획에 관한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구 회장은 전날 신년사를 통해 “CFE(탄소배출 없는 전력) 시대로의 대전환은 전력과 에너지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LS에게 다시 없을 성장의 기회”라며 앞으로 8년 동안 20조 원 이상을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와 함께 LS그룹의 25조 원 정도인 자산 규모를 2030년 50조 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 회장이 LS그룹 회장에 취임한 날은 2022년 1월3일로 정확히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의 경영 성과를 따져보면 대체로 우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LS그룹은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지주회사 LS의 2022년 실적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보면 매출 18조529억 원, 영업이익 7227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7.92%, 영업이익은 51.04% 늘어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계열사들의 2022년 합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길 것이란 계산도 나온다.
구 회장이 1년 동안 실적 측면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부터는 그룹의 성장동력이 될 새로운 사업들을 안착시켜 미래를 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 회장이 취임 이래 줄곧 강조해 온 ‘양손잡이 경영’은 한 손으로 기존 주력 사업을 단단하게 하고 다른 한 손으로 미래 사업 영역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8년 동안 20조 원 이상의 투자로 성장 기회를 잡겠다는 구상은 양손잡이 경영의 취지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LS그룹은 탄소배출 없는 전력 분야의 신성장 사업으로 풍력,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소가치사슬 사업, 송배전 솔루션 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와 전기차, 반도체 관련 신사업 분야도 키울 계획을 세웠다.
친환경 에너지로 흐름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여겨지는 만큼 선제적 투자로 산업 주도권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해외 주요 거점지역에 직접 투자를 할 필요성도 크다. 원가 절감의 측면 뿐 아니라 근래 친환경산업이 지역화되는 추세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기차 밸류체인만 하더라도 완성차와 배터리, 소재·부품사가 긴밀하게 생산시설 건설을 서로 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은 해외 거점지역 투자의 필요성을 더 높인 요인이기도 하다.
다만 경제와 금융환경이 계속해서 나빠지는 점은 LS그룹의 투자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 침체 징후는 짙어지는데 금리 수준이 높아 신규 투자보다는 현금 마련과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LS그룹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1조8940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2022년 호실적에 따른 현금 유입이 더해진다 하더라도 현금 자산이 빠른 시간 안에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
8년 동안 20조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현재로선 투자체력이 다소 모자라다고 볼 수 있다.
지주회사 LS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17.5%로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차입을 통한 투자 재원 마련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셈이다.
이에 주요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LS 관계자는 “5년 안에 LS의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S MnM의 기업 공개를 통해 일부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 부진과 함께 기업공개 시장의 열기가 식은 탓에 이른 시일 안에 기업공개를 통한 재원 마련 역시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룹의 사업구조를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일부 조정할 가능성이 나온다. 비주력 사업이나 수익이 적은 분야를 접고 고부가가치 사업과 중점 분야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난 달 말 LS가 공시한 자회사 LS전선의 환선사업 영업정지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LS전선은 환선사업 영업정지 사유와 관련해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한 고부가 사업으로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내부적으로 환선사업 종료에 따라 사업체질과 재무구조가 중장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