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올해 두산그룹 신년사에서 “지난 몇 년간 내실을 다진 결과 기회를 포착하면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재무적 여건을 상대적으로 잘 갖추고 있다”며 “사업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등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재무체력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강화에 계속해서 힘을 기울여 나가자”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내놓았던 2022년 신년사와 비교하면 박 회장의 강한 자신감이 읽힌다. 두산은 지난해 2월28일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종결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유동성과 수익성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재무 안정성을 보다 단단하게 다지고 공급망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며 기초체력이 뒷받침 돼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 신년사를 비교해보면 1년 동안 재무 건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내부적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신감’이라는 단어를 5번이나 언급하며 향후 경영 정상화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탄탄한 재무체력을 중심으로 올해 적극적이고 도전적으로 경영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원자력발전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기업으로 현재까지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한국형 대형원전인 ‘ARP 1400’의 주기기를 비롯해 모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 등을 국내외에 공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과 1조6천억 원 규모의 이집트 엘바다 원전 2차측 건설공사 계약을 맺기도 했다. 다만 이 계약은 원전의 주기기를 공급하는 건은 아니다.
그러나 한수원이 체코 등에서 해외 원전 프로젝트 수주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향후 두산에너빌리티가 대규모 원전 주기기를 수주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신한울 3, 4호기 건설공사 재개가 확정된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며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본사를 찾았을 때도 원자력 공장에 가서 사업 현황을 꼼꼼히 살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 이외에도 가스터빈 수소터빈, 해상풍력 등을 중장기 성장사업으로 꼽고 이 분야에서만 2026년까지 신규 수주의 5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이 건설기계 호황에 두산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 격인 두산은 전자BG(비즈니스그룹)를 중심으로 한 자체사업과 비상장 자회사 3곳(두산로보틱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두산로지스틱스솔루션)의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5세대 통신(5G)용 제품, 전기차자동차용 소재, 에너지소재를 3대 주요 추진 전략분야로 꼽고 2026년까지 세 분야에서 나오는 매출을 매년 평균 40%가량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상장 자회사 3곳은 2021년 기준 아직 연간 흑자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년 합산 매출을 50% 이상 늘리면서 외형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 10%(4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사업환경 개선 등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다수의 자산 및 사업을 매각함에 따라 자체사업의 규모가 축소됐지만 두산의 남은 사업인 전자BG는 10% 이상의 우수한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등 안정적 현금창출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