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태풍 피해와 험난한 경영환경을 뚫고 수익성을 방어하는데 총력을 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계묘년 새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앞길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태풍에 따른 생산시설 피해와 험난한 경영환경을 뚫고 올해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김 부회장과 안 사장은 철강업계 1, 2위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수익성을 방어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1959년 5월에 태어나 1984년 같은해 포스코(당시 포항종합제철)에 나란히 입사해 잔뼈가 굵은 철강업계 대표적 경영자로 꼽힌다.
특히 안 사장은 역대 현대제철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첫 포스코 출신이다. 안 사장 이전까지 현대제철 CEO는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출범한 뒤 회사 내부에서 발탁되거나 현대차그룹 계열사 경영자 가운데 선임돼 왔다. 우리나라 양대 철강기업을 모두 포스코 출신이 이끌고 있는 셈이다.
2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업황 악화로 실적이 크게 꺾인 2022년 3분기에 이어 지난해 4분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각각 82.7%, 54.9% 줄어든 3970억원, 3730억원에 불과했는데 4분기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원재료 가격이 하락해 철강 가격도 동반해 떨어졌지만 원재료 가격 하락분이 실제 반영되는데 시차가 발생하면서 3분기 마진이 크게 줄었다. 이어 4분기에도 철강가격 약세가 이어져 마진 회복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해에도 상반기까지는 철강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반영해 세계철강협회는 2023년 철강수요를 지난해보다 1% 늘어난 18억1470만 톤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4월 내놓은 전망치인 18억8140만 톤보다 6670만 톤이나 하향 조정된 수치다.
다만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금리 인하 분위기가 조성되고 철강 가격이 반등하면서 시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조강생산량이 2022년 9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2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하반기 중국 건설업계의 철강수요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희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하반기부터 미국의 긴축완화가 기대된다"며 "금속가격 회복과 철강 및 금속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수입 회복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동 부회장은 올해 초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복구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고부가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을 정상화해 실적을 회복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침수 피해로 1973년 처음 쇳물을 생산한 뒤 49년 만에 처음으로 포항제철소에서 가동하고 있는 모든 고로를 멈춘 바 있다.
포항제철소는 현재까지 2·3전기강판, 1·2냉연, 1·2열연, 2·3후판, 1·2·3·4선재, 강편, STS(스테인리스강)2냉연, 1전기강판 등 15개 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갔다.
도금 공장과 STS1냉연공장이 재가동에 들어가면 모든 설비 복구가 늦어도 2월 안으로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최소 1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됐던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복구 기간을 절반으로 크게 단축하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2022년 연말 포스코 사장단 인사에서 포스코 대표이사 자리를 지키며 올해 3번째 임기를 맡게 됐다. 포스코그룹 계열사 임원 임기는 1년으로 해마다 정기 연말 임원인사에서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창사 이래 처음 겪는 위기 속에서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김 부회장에게 운전대를 다시 맡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의 대표이사로서 철강부문장을 맡고 있었던 김 부회장은 지난해 3월 포스코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신설된 포스코홀딩스의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의 초대 대표이사에 부회장으로 승진해 선임됐다. 포스코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했다.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쳐 광양제철소와 포항제철소 양대 제철소장을 모두 지낸 포스코그룹 내 대표적 기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생산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김 부회장은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포스코의 생산 회복을 진두지휘해 실적 회복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2022년 4월 포스코 창립 54주년 행사에서 "고부가 제품과 친환경 제품 개발을 확대해 초일류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철강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발맞춰 전기강판 사업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전기강판이랑 규소가 1~5% 들어간 제품이다. 특히 자기장 영향을 받지 않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전기차 구동모터에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는데 수요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친환경 제품 가운데선 특히 풍력발전용 후판 확대에 힘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철강사 최초로 풍력용 후판제품 생산공장으로 승인을 받아 고객사를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가 만드는 풍력발전용 후판은 강도가 우수해 풍력발전 타워 건설에 강재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으로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 역시 올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친환경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를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중국 완성차업체 9곳으로부터 핫스탬핑재 소재 인증을 마치는 등 글로벌 자동차 강판 판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핫스탬핑은 가열된 강판을 금형에 넣고 성형한 다음 급랭시켜 강도를 향상시키는 기술로 복잡한 형태의 차체를 얇은 두께로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차량 경량화로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
현대제철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추세에 발맞춰 배터리 케이스, 배터리 모듈용 부품 등 전기차 전용부품 수주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영광낙월 해상풍력 및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유전 천연가스 등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서도 후판을 수주하는 등 고객 확대에 힘쓰고 있다.
안 사장은 현대비앤지스틸에 스테인리스(STS) 사업 관련 자산을 양도하고 컬러강판 사업을 중단하는 등 수익성 강화를 위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재편을 추진해왔다.
안 사장은 부산대학교 생산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포스코 출신으로 광양제철소장과 포항제철소장 등을 역임해 제철 설비와 생산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안 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총에서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3년이다. 안 사장은 "미래 전동화 관련 소재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모빌리티 부문에 대한 사업확대와 고부가 첨단 소재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
[편집자주] 2023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나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세계 경기침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기업에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다가오며 회사의 미래를 짊어진 CEO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 주요 CEO들은 서로 경쟁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회사의 발전을 이끌어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올해 이들이 대결하는 분야와 이뤄내야 할 목표를 통해 앞으로의 시장 흐름과 업계 판도를 예측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