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디지털트윈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생각보다 더 많은 산업에 적용될 수 있고 그 판도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디지털트윈을 도입해 혜택을 보는 많은 기업들, 그리고 디지털트윈 관련 기술을 제공하며 막대한 이익을 누릴 테크 기업들, 급성장할 스타트업들도 점점 많아질 수 있다.
그럼 디지털트윈은 뭘까?
디지털트윈은 현실에 존재하는 객체 및 시스템을 컴퓨터의 가상공간에 쌍둥이로 구현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물레이션해 미래 운영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게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심시티와 같은 도시 건설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전략 시물레이션 게임은 가상공간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이 게임같은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과 연동시킬 수도 있다.
신도시 건설을 할 때 지형이나 기후, 인구, 주변 교통 등의 데이터를 넣어 시물레이션을 돌리거나 실제 전쟁터를 본 따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적군과 아군의 병력, 무기, 기상 조건 등의 데이터를 반영해 시물레이션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여기서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가상공간의 시물레이션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고 현실세계에서 일어난 일을 가상공간에 반영해 대응 방안을 찾을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금도 군대에서는 워게임이란 이름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산업 분야의 실제 활용사례도 적지 않다.
서학개미들이 많은 관심을 품고 있는 기업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라는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중요하게 보고 있다.
영국 원자력청과 멘체스터대학교가 이 옴니버스를 통해 핵융합로 설계와 개발을 한다고 전해졌다.
태양 에너지가 핵융합 원리로 발생하는 것인데 쉽게 말해 인공 태양을 만드는 게 핵융합로로 볼 수도 있다. 당연히 매우 복잡한 설계가 필요하고 많은 부품들이 들어간다.
물리학과 공학적 요소들을 데이터로 반영해 정확하게 시물레이션이 되도록 할 필요도 있다. 옴니버스란 디지털트윈의 필요성이 큰 이유다.
이런 유용성 덕분에 디지털트윈 시장은 커지고 있고 산업에서 많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디지털트윈은 산업 현장의 많은 문제들을 전보다 쉽게 해결하게끔 해주고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게 해줘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런 만큼 디지털트윈은 산업 판도를 바꾸는 중요한 기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종합건설회사 18개사를 대상으로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과 관련해 중점 투자 분야를 묻는 설문조사가 진행된 적이 있다. 건설사들은 디지털트윈을 건설정보모델링과 함께 당면한 최우선 투자기술로 꼽았다.
건설업계 안에서 디지털트윈이 먼 미래 기술로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기술로 본다는 뜻이다.
왜 디지털트윈은 건설사에 매우 유용한 도구인걸까?
먼저 건설 시공에 적용할 수 있다.
건설현장과 시공의 과정을 3차원으로 모델링해 가상으로 구현해 설계할 수 있다, 공사 현장의 출입통제, 공정 현황 모니터링 등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설계와 시공의 정합성을 높일 뿐 아니라 근래 가장 중요한 이슈인 안전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각종 비용도 감축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여러 환경 요소들을 데이터로 입력해 시물레이션하면 예기치 못한 오류나 이후 유지보수 소요 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건설현장을 떠올려 보자. 어디선가 문제가 생기면 최초 이를 발견한 사람이 이를 보고해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과정과 시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문제가 생긴 곳이 해외일 수도 있다.
만약 현지에 문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없다면 국내 본사에서 해당 인력을 급파해야 한다.
그런데 고도화된 디지털트윈이 있으면 바로 문제를 파악해 신속하게 조치할 수 있다. 본사에서 디지털트윈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곧바로 해결책을 하달하면 된다.
DL이앤씨는 얼마 전 KT와 협약을 맺고 디지털트윈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설계, 시공, 유지보수뿐 아니라 분양 홍보용 사이버모델하우스에도 디지털트윈을 적용하기로 했다.
DL이앤씨의 실시간 주택시각화 솔루션 ‘디버추얼’은 사이버 모델하우스에서 실제 집 안을 구경하듯 체험할 수 있고 내장재, 마감재, 가구 옵션 등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시물레이션할 수 있다.
조선업에서도 디지털트윈은 매우 요긴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그룹은 미국 빅데이터기업 팔란티어와 손잡고 디지털트윈이 구현된 스마트조선소 구축하기로 했다. 선박 설계에서 생산에 이르는 공정에 이를 도입한다.
공정뿐 아니라 선박 운영도 디지털트윈이 적용된다. 삼성중공업은 영국 선급(배가 대해를 항해할 수 있다는 보증) 로이드에서 디지털트윈 기본인증을 획득했다.
여기서 인증된 기술은 가상공간에서 선박 상태와 연료 공급조건을 미리 점검할 수 있어 운용효율을 높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래형 선박인 자율운항선박에서는 디지털트윈이 핵심 기술로 꼽힌다. 고객이라 할 수 있는 선주나 해운사들에게도 매력적 요인이다.
현대차그룹은 디지털트윈을 구축해 스마트팩토리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2년 초 미국에서 열린 CES2022에서 현실의 스마트팩토리를 디지털 세계인 메타버스에 그대로 옮긴 메타팩토리를 구축해 공장 운영을 고도화하고 제조 혁신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선보였다.
싱가포르에 들어서게 되는 글로벌혁신센터에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로 했다.
신차 양산을 앞둔 공장은 실제 공장을 시범 가동하지 않고도 메타팩토리 운영을 통해 최적화된 공장 가동률 산정이 가능하고 실제 공장 운영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
현대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성능 관리 방안으로도 디지털트윈을 도입한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트윈 도입이 확대되는 것은 보면 기업들이 디지털트윈을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 요소라 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는 디지털트윈을 도입한 곳과 도입하지 않은 곳 사이에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디지털트윈을 적용하면 업무 효율은 늘고 비용을 줄게 돼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트윈은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그와 함께 산업의 모습, 판도 등도 많이 바뀔 것이 분명하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