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신한은행 경영에서 내 이름을 앞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임자인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내정자의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킬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3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용구의 신한은행은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는가’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3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한 행장은 이날 소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여러 번 ‘고객 중심’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진행된 취임식에서도 “고객 중심은 흔들림 없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며 고객 중심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행장은 공식 임기를 내년 1월1일부터 시작하지만 이날 오전 취임식을 열고 행장에 공식 취임했다.
고객 중심 경영의 일환으로 취임 뒤 가장 먼저 모바일 이체 수수료 면제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행장은 “
진옥동 회장 내정자가 몇 달 전 임원 회의에서 ‘어떻게 하면 고객의 비대면 접근성을 높일 것이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며 “그동안 이익을 냈던 부분들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임원이 반대했지만 나는 당시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빠른 시기에 모바일 이체 수수료 면제를 추진하겠다”며 “이는 진 회장 내정자의 간절한 방향이었기도 하고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장에 오르기 전 영업그룹장일 때도 진 회장 내정자와 고객 중심 가치를 어떻게 향상할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고객 중심 다음으로 한 행장이 강조한 것은 디지털 혁신이었다. 그는 “만약 시간이 더 있다면 디지털에 정말 많이 얘기하고 싶다”며 디지털 혁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신한은행의 목표가 다름 아닌 언제, 어디서든 금융의 편의성을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특히 디지털 인력 양성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내년 금융시장 전망과 대응 전략에 관한 질문에는 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의 연착륙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한 행장은 “내년에 가계대출뿐 아니라 소상공인, 중소법인 대출 이슈도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러 대책을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약 차주에 대한 적극적, 선제적 조치를 통해 연착륙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임자인 진 회장 내정자가 애착을 보였던 배달앱 ‘땡겨요’ 사업을 두고서는 본인도 20여 차례 이용한 경험이 있다며 가능성이 충분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한 행장은 “땡겨요 사업은 재무적 성과가 기대되기보다는 소상공인, 소비자 등의 상생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자는 취지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2~3년 정도 진행이 되면 금융의 혁신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에서 예상치 못하게 회장이 바뀌는 등 변화가 있다 보니 관련 질문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한 행장은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와 관련해서는 “놀란 정도가 아니라 충격적”이었다면서도 조 회장의 결정에 존경의 뜻을 보였다.
그는 “지주 원신한전략담당 본부장으로 있을 때 조 회장님을 가까이에서 모신 적이 있다”며 “(일련의 펀드 사태 관련해) 직원들의 고생에 통감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도 있고 행원 때부터 봐왔는데 조직에 대한 사랑이 큰 분이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장에 내정되고는 조 회장과 진 회장 내정자와 자주 소통했다고 했다.
한 행장은 “소통을 아주 자주했다”며 “이번 본부장 인사나 주요 부서장 인사가 일부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협의 소통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8일 다음 회장 후보로
진옥동 내정자를 최종 결정했고 이어 20일 한 행장을 다음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한 행장의 소탈한 성품도 엿보였다.
기자간담회에서 첫 마디는 “영업 관련 업무를 10년 동안 담당했고 그래서 경영을 잘 할지 우려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내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경영 철학, 은행에서 어떤 역할과 경영이 필요한가 평소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아직 업무 파악이 부족해 구체적 숫자나 세부적 내용 등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조금 늦은 데 양해를 구하고 간담회 시간을 조금 더 늘리기도 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