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오노트가 상장을 마치면서 올해 기업공개 시장이 끝났다. 올해 기업공개 시장은 시작이 좋았으나 마무리는 아쉬웠다. |
[비즈니스포스트] 마지막 주자인 바이오노트가 전날 상장작업을 완주하면서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끝이 났다.
역대 ‘최대어’였던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중 상장하면서 화려하게 시작한 올해 IPO시장은 연말 들어 힘이 빠지면서 아쉬운 마무리를 지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기업도 늘어났다.
수요예측 결과에서 공모가 희망범위를 초과한 기업들은 점차 수가 줄어든 반면 공모가 희망밴드에서 하단미만의 성적을 낸 기업 수는 점차 늘어났다. 4분기 상장한 기업 가운데 40%가 하단보다 낮은 범위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 23일 기준 2022년 분기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IPO시장 공모 규모는 16조101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18.27% 줄어들었다.
역대 성적으로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연초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올해 공모금액은 3조6천억 원으로 급격히 줄어든다.
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해 계속 이어진 금리인상으로 주식시장이 위축되면서 올해 IPO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특히 수요예측 부진에 기업공개 작업을 중도에 중단한 기업들도 늘어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IPO를 철회한 기업은 전부 13곳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어로 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이 1월에 상장을 철회했고 5월에는 태림페이퍼, 원스토어, SK쉴더스가 연이어 상장작업을 중단했다. 4분기에는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서재 등 6곳이 공모절차를 그만 두면서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을 반영했다.
◆ 2차전지·반도체 ‘선방’, 바이오는 아쉬워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에는 70개 기업(스팩·재상장·리츠 제외)이 새롭게 증시에 입성했다. 지난해(91개) 보다 21개 줄어든 숫자로 4곳이 코스피시장에, 66곳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14개), 바이오(13개) 업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소프트웨어(11개), 2차전지(8개), 자동차(5개) 업종이 그 뒤를 이었다.
2차전지 기업이 IPO 시장에서도 활약했다.
2차전지 관련 기업이 8개 신규 상장한 가운데 성일하이텍, LG에너지솔루션, 대성하이텍, 새빗켐, 에이치와이티씨 등 5개 기업이 수요예측 경쟁률 1천대 1을 넘기면서 흥행했다. 이 가운데 성일하이텍은 수요예측 경쟁률 2269.7대 1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경쟁률을 새로 썼다.
가옵칩스, 비씨엔씨, 넥스트칩, 영창케미칼, 에이치피에스피, 레이저쏄, 티에프이 등 반도체 관련 종목도 수요예측 경쟁률 1천대 1을 넘기면서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반면 바이오업종은 13개 기업이 증시에 상장한 가운데 8개 기업이 희망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알바이오만 홀로 수요예측 경쟁률 1천대 1을 넘겨 상단에서 확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흥행에 실패한 모습이다.
경기침체 우려로 기술 성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장주’의 성격이 강한 바이오 기업이 특히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로 백신 등 업계에 투자금이 몰렸고 업체들이 당시 내세운 신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당시 바이오업계 호황을 이끌었다”면서 “다만 기대했던 것들에 대한 결과물과 실적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이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 23일 기준 공모 규모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
◆ 소부장 소형주, 얼어붙은 IPO시장에서도 흥행
공모 규모별 수요예측 결과를 살펴보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중소형주가 흥행을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설명(IR) 전문 컨설팅 기업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공모규모 1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 기업은 전부 35개사로 전체 신규상장 기업 중 5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1곳이 수요예측에서 희망범위를 초과하거나 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등 얼어붙은 시장 속에서 선방했다.
소부장 관련 중소형주는 공모 규모가 작아 부담이 덜한 데다 기술경쟁력과 흑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어려운 IPO시장 속에서도 흥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수급에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주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에 상장을 연기하거나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작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4개 종목 가운데 수산인더스트리는 범위 하단에 공모가를 확정했고 쏘카와 바이오노트의 공모가도 희망 범위에 못 미치는 금액에 결정됐다.
이러한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400억 원 이상 중대형 IPO는 눈높이를 낮추지 않고서는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며 "수급 영향을 덜 타는 소규모 IPO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흥행하는 사례가 자주 나올 것이다"고 말했다.
◆ 상장 미룬 대형주들, 내년엔 출격할까
올해 IPO시장은 부진했지만 상장을 중단하거나 내년으로 상장을 미룬 기업들이 해가 바뀌면서 공모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내년 초 IPO시장이 붐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효과(새해 주가 상승 기대감으로 수급이 개선되는 현상)에 힘입어 코스피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점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기준으로 상장 승인을 받고 공모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기업은 15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8월22일 승인을 받은 골프존카운티와 컬리는 2월22일 전에 공모절차를 마치지 않으면 심사 과정을 다시 거쳐야 한다. 케이뱅크의 경우에도 3월30일까지 공모를 마치지 않으면 예비심사 승인 기간이 만료된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