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출석했다.

조 회장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돼 추후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조 회장은 과거 개인비리로 집행유예를 받기도 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조 회장을 주력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계열사 부당지원 사건의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계열사에 부당이득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총수일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관해 확인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1년 타이어몰드 제조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옛 엠케이테크놀로지)를 인수한 뒤 2014년 2월부터 매입하는 몰드에 판관비 10%, 이윤 15%를 보장하는 새로운 단가를 적용했다.

이는 당시 타이어업계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도 시행하지 않았던 가격 정책이다.

또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고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매출이익률이 목표치인 40% 이상이 되도록 신단가표를 설계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부당지원하고 이를 통해 총수일가가 사익편취를 도모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한국프리시전웍스의 거래조건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스스로 조사한 경쟁사 가격보다 15%가량 높았고 예전 단가를 적용할 때와 비교해 매출이 16% 이상 증가하는 유리한 조건이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지원한 2014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한국프리시전웍스는 매출 875억2천만 원, 매출이익 370억2천만 원, 영업이익 323억7천만 원을 냈다. 매출이익률은 42.2%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부당지원으로 한국프리시전웍스가 편취한 이득이 주주인 특수관계인들에게 지급된 배당금의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2016~2017년 2년 동안 조현범 회장과 조 회장의 형 조현식 고문에게 108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조 회장과 조 고문이 지분 49.9%를 들고 있다.

공정위는 이처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부품가격 인상 및 계열사 이익 보전 수단으로 원가를 과당계상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음을 입증했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했다는 이유로 11월8일 과징금 80억 원을 부과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11월24일 조 회장 집무실을 포함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한국프리시전웍스 등 한국앤컴퍼니그룹 게열사 3곳과 관계사 1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전날에는 서승화 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부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일명 ‘오너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번 조사를 통해 조 회장은 추가로 고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검찰은 조사를 거쳐 공정거래위원회에 조 회장 고발요청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과거 개인비리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져 유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조 회장은 2008년부터 10년 동안 하청기업에서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 모두 6억 원가량을 챙기고 이와 별개로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정기적으로 빼돌린 혐의로 2019년 12월 구속 기소됐다.

조 회장은 이듬해인 2020년 3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던 2020년 6월 조 회장은 당시 한국앤테크놀로지 대표이사에서 사임했지만 항소심 집행유예 판결이 난 뒤인 2020년 11월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 올랐고 올해 3월에는 한국앤컴퍼니 사내이사에도 재선임됐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