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에 조만간 새 부회장이 여러 나오며 '금융지주 부회장 전성시대'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비즈니스포스트] 주요 금융지주에서 조만간 새 부회장이 여럿 탄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에서 부회장 자리는 있다가 사라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일을 반복해 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조직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부회장 직을 두고 구체적 역할과 전문성을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 다음 회장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되면서 신한금융지주의 부회장직 신설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는 당초 조용병 회장의 재연임이 유력하게 관측됐을 때만 해도 그룹 운영의 효율성과 회장 후계구도 구축 등을 이유로 부회장직 신설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진 행장이 다음 회장에 내정되면서 상황도 크게 바뀌었다.
이런 이유로 신한금융지주에서 부회장직 신설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반대로 부회장직이 필요하다고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통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고 임기 초반에는 조직 장악력을 높일 필요가 크기 때문에 권력 집중을 이유로 부회장을 두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평가됐다.
하지만 신한금융지주에서 부회장직 부활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까지만 해도 금융지주에서 부회장은 사실상 차기 회장 인큐베이터 역할이 가장 큰 것으로 여겨졌으나 점차 회장의 경영업무 분담이나 지배구조 안정화 측면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만 해도 조용병 회장 임기 6년 동안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덩치가 빠르게 커지면서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부회장직 신설을 오랜시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관리하기 위해 3개 부문에 부회장직을 두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점도 부회장 자리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과거와 달리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복수의 부회장을 두면서 후계 구도를 관리하고 유지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금융지주에서 장수하고 있는 회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 부회장을 임명하고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회장의 임기와 관계없이 이런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해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부회장을 두지 않은 곳은 사실상 신한금융지주뿐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3명, 1명의 부회장을 두고 있고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월 사실상 부회장을 두는 것과 같은 목적으로 사장직을 새로 만들었다.
KB금융지주는 내년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까지 허인-이동철-양종희 3인 부회장체제를 유지하면서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검증과 경쟁 등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부회장 운용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받는다. 김승유 초대 회장 때부터 3인 부회장을 두고 계열사 사이 협업을 추진하는 일이 많았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이은형 1인 부회장만을 두게 됐지만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내년 3월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가 다음 은행장 후보로 이승열 하나생명 사장을 추천하면서 박 행장은 내년 3월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는데 은행장까지 오른 무게감 등을 감안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성규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하나은행장 연임에는 실패했으나 하나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1년 동안 디지털총괄 부회장으로 일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2월 창립 뒤 처음으로 사장직을 마련하고 박화재 우리은행 전 여신지원그룹 부행장과 전상욱 전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를 지주 사장에 임명했다.
두 사람을 사장에 올린 것을 두고 그룹의 원활한 전략 실행과 차기 회장후보군 확대 등을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나왔다.
신한금융지주에서 2인자 자리인 부회장이나 사장직이 없어진 지는 벌써 10여 년이 넘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0년 당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경영권을 두고 대립을 벌였던 이른바 ‘신한사태’ 뒤로 부회장이나 사장직을 두지 않고 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