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 중고차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면서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두 회사는 직접 중고차를 매입, 검수해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 방식으로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신차급 중고차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신차급 중고차란 보통 출시된 지 1~2년 내, 주행거리 1만km 안팎인 차량을 말한다.
▲ 현대차와 기아가 2023년 1월부터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를 시작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현대차와 기아의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설 연휴 이전 1월 중순부터 첫 인증중고차 매물을 내놓으면서 중고차사업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은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안에 따라 4월까지 매달 5천 대 규모의 시범 판매를 진행한 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을 펼친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매매업계와 상생을 위해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인증중고차로 선별해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인증중고차는 완성차업체가 직접 성능을 정밀 점검하고 수리를 거쳐 보증기간을 연장한 중고차로 일반 중고차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인증중고차의 비싼 가격에도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그동안 중고차 구매와 관련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등록된 중고차 상담 건수는 4만3903건이지만 이 가운데 단 2.2%인 947건만 피해구제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경련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80.5%가 국내 중고차시장이 불투명하고 낙후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중고차시장 유통과정이 복잡했던 탓에 허위매물이나 주행거리 조작 등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싸도 인증 받은 중고차를 구매하겠다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 이유다.
이에 현대차는 현재 경상남도 양산시에서 인증중고차 전용 서비스센터인 ‘하이테크’를 열기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테크에서는 중고차의 차량 진단과 정비, 품질 인증 등 중고차 서비스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경기도 안성시에는 중고차 거래를 위한 부지도 확보했다. 이외에도 수도권인 수원이나 인천 등에서도 중고차 거래용 부지 확보를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에서도 인증중고차 사업을 위해 중고차 성능진단 등의 과정을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로 신차급 중고차시장을 확대하면 국내 중고차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차는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에 따라 2023년 5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전체 중고차의 2.9%, 2024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4.1%만 판매할 수 있다. 기아도 같은 기간 각각 2.1%, 2.9%로 판매 물량이 제한돼 한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는 힘들다.
하지만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에다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져 신차를 사기에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을 신차급 중고차시장으로 대거 끌어 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국내 중고차 플랫폼인 엔카닷컴에 따르면 전체 중고차 거래량에서 2020~2022년형 신차급 중고차 비중은 올해 1월 12.9%에서 올해 8월 20.1%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제조사가 직접 검수해 보증하는 신차급 중고차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 이 시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며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자동차산업의 전체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중고차업계와도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