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을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산타랠리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2014년 12월11일 대신증권 본사 앞 황소상이 산타 복장을 갖추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겨울에도 국내 증시에 산타가 찾아올까?
증시 악화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해를 보낸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연말을 앞두고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7.31포인트(0.30%) 오른 2479.84에 장을 닫았다.
전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을 통해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시사하면서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전날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2% 넘게 급등했다. 금리인상에 민감한 나스닥은 4.41% 오르기도 했다.
앞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증시가 반등에 성공한 것도 이어질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1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물가상승 둔화 기대감에 7.80% 올랐다.
산타랠리란 연휴와 연말행사를 맞아 소비가 늘면서 연말 증시가 특별한 호재 없이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을 뜻한다. 대개 성탄절 부근을 기점으로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산타랠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2019년부터 최근 3년 동안 연말에 어김없이 산타랠리가 찾아왔다. 2019년(5.25%), 2020년(10.89%), 2021년(4.88%) 모두 12월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다.
최근 증권가 분석을 살펴보면 올해 산타랠리 가능성을 두고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선 것에 주목한 분석에서는 올해도 산타랠리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담겼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드디어 파월 의장 입에서 속도조절 얘기가 나왔다”며 “코스피에 대형 호재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연말까지는 산타랠리가 나올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 1차 목표는 2600선까지 열어둘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은 금리인상의 정점에 왔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상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꺾이는 것) 했다고 해석해도 된다”고 봤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의 경우 이미 금리 상승 우려와 경기 침체에 따른 구조적 위기를 가격에 반영한 상태다”며 “시장에서 파월의 발언 등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서 의미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역성장 우려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분위기상 2650선까지도 상단을 열어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과열 해소 과정이 있더라도 약세장은 후반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며 “전반적인 거시경제 환경은 여전히 긍정적이며 물가의 본격적 하락은 2023년 봄 이후에 나타나겠으나 이미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된 상태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에 증시가 단기적 반등을 시도할 수는 있겠으나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상승추세에 대한 기대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산타랠리 기대감은 다소 섣부르다"며 "산타랠리란 연말 소비 활황이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인데 기업실적 하향추세를 전환시킬 정도로 소비가 크게 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은 지속해서 둔화해 왔으며 단기간에 방향성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서 경착륙, 침체 가능성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12월 이후 코스피는 하락추세의 정점을 향할 것이다”며 12월 초 경제지표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확인하면서 경기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혀갈 전망이다“고 봤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도 "모두가 기대하던 12월의 산타랠리는 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정책 리스크 등으로 2022년에는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며 "2022년의 연말 증시는 금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둬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