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넥슨코리아가 서비스하는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블루아카이브’의 청소년버전(틴버전)을 놓고 이용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선정성을 이유로 블루아카이브의 연령 등급을 높이고 틴버전의 내용 일부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는데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지시로 넥슨코리아가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블루아카이브'의 몇몇 캐릭터 이미지를 수정했다. 이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29일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위의 심사 기준과 관련해 연령 등급뿐만 아니라 선정성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집형 역할수행게임 블루아카이브의 연령 등급을 게임 출시 1년이 지나고 나서 올리더니 새로 출시된 틴버전에서는 속살을 드러내고 포즈를 취한 여러 캐릭터 이미지 가운데 일부만 수정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블루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의 MX스튜디오가 2021년 11월에 개발했다. 미소녀 캐릭터들이 도시에서 총을 들고 싸우며 문제를 해결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이 게임의 배급사인 넥슨코리아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블루아카이브의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업데이트가 완료된 뒤에는 성인인증을 한 사람만 게임 이용이 가능하다.
미성년자는 틴버전 앱을 새로 다운로드 받아야 한다. 틴버전은 ‘이즈미 (수영복) 메모리얼 로비 이미지’, ‘아코 메모리얼 로비 이미지’, ‘카린 인연 스토리의 대사’ 등이 수정됐다.
블루아카이브에서는 이용자들이 캐릭터를 수집해 전투에 나서는데 자신이 보유한 캐릭터와 교류를 통해 ‘메모리얼 로비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이 특별한 이미지를 통해 이용자는 자신의 로비를 꾸밀 수 있다.
게임위는 블루아카이브의 몇몇 메모리얼 로비 이미지에 대해 선정적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이미지는 메모리얼 로비 이미지 가운데 수영복 등을 입어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들이다.
이에 넥슨코리아는 게임위가 지적한 이미지에 대해서 수정을 하고 틴버전을 새로 내놨다.
문제는 게임위가 수정을 지시한 이미지와 비슷한 이미지들이 여러 개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선정적인 느낌의 이미지도 있다.
이처럼 들쑥날쑥한 기준을 들이대는 게임위에 대해 이용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위가 명확한 기준도 없이 본인들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게임위의 판단이 매우 보수적이며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소녀들이 총을 들고 싸우는 장르로 블루아카이브와 비슷한 게임인 ‘소녀전선’과 ‘니케 승리의 여신’은 ‘15세 이용가’이지만 블루아카이브는 ‘18세 이용가’다.
게임위의 ‘고무줄’ 기준 논란은 지난달 블루아카이브와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페이트그랜드오더(페그오)’에 연령 등급 상향을 권고하면서 시작됐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용자들은 넥슨코리아와 넷마블이 게임위의 결정을 받아들인 점을 두고서도 크게 반발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민원을 제기하는 것을 넘어 감사원에 게임위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게임위에 불만을 가진 5천여 명의 게이머들은 10월29일 국회 앞에 모여 게임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연대 서명식을 진행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의 연령 등급이 한국에서 유독 높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미소녀 캐릭터들이 인류 종말을 걸고 최후의 전쟁을 치르는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소녀전선은 일본과 대만, 홍콩, 글로벌(영어권)에서는 '12세 이용가'이지만 한국에서는 '15세 이용가'다.
리듬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 feat.하츠네 미쿠'는 아시아권에서 3세 이상, 글로벌은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15세부터 이용이 가능하다.
최근 일본과 서비스 차별 논란이 일었던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역시 일본과 대만, 홍콩에서는 3세부터 이용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15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게임위는 게임의 연령 등급을 분류할 때 선정성과 폭력성, 사행성을 평가해 '전체 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와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을 매긴다. 등급분류를 거부해 게임 유통을 막기도 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블루아카이브에 대한 수정 내용은 게임위가 게임 이용자와 선정성 이슈를 제기한 민원인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