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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자사주 매직, LG화학·한화와 혈맹으로 신사업 동력 강화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2-11-24 17: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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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한 사업제휴로 신사업 육성에 든든한 뒷배를 확보했다.

대주주 영풍에 지분율이 밀리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우호주로 돌려세워 최 부회장이 신사업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략적 묘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자사주 매직, LG화학·한화와 혈맹으로 신사업 동력 강화
▲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주를 활용한 사업제휴로 신사업 성장성을 크게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최윤범 고려아연 대표이사 부회장.

2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 부회장은 지난해 고려아연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기는 실적 신기록을 쓴 뒤 올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말 '트로이카 드라이브' 경영을 선언하고 고려아연의 제련 사업과 접목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과 자원순환 사업, 2차전지 소재사업 등 3개 분야를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7월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분 73%를 4324억 원에 인수했다.

앞서 6월에는 자회사 징크옥사이드코퍼레이션을 통해 국내 제강분진 재활용 업체인 글로벌스틸더스트코리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최 부회장은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총회 및 전시’에 직접 참석해 수소시대 도래에 발맞춰 2050년까지 100% 그린 징크(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아연)를 생산한다는 장기 비전을 내놨다.

또 호주 자회사 썬메탈(SMC)과 아크에너지를 통해 약 1조 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 부회장은 최근 자사주를 활용해 관련 기업과 혈맹을 맺음으로써 신사업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고려아연은 지분율 6.02%의 자사주 119만5760주를 사업 제휴 강화 및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모두 처분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냈다.

고려아연은 LG화학, 한화에 각각 자사주 2.0%(2576억 원), 1.2%(1568억 원)를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제공하고 대신 LG화학, 한화 자사주 0.47%, 7.3%를 받았다.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 트라피구라에는 자사주 1.5%를 2025억 원에 매각했다. 또 고려아연은 한국투자증권과 모건스탠리에도 자사주 0.8%, 0.5%를 각각 넘기고 모두 1698억 원을 받았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맞교환한 LG화학과 2차전지 소재분야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LG화학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미국 최대인 12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고려아연이 7월 인수한 이그니오홀딩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양극재 분야에서 라인당 1만 톤에 달하는 업계 최고의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다.

LG화학은 이그니오가 재활용을 통해 생산한 리튬니켈 등 광물을 우선 공급해 미국 현지에서 재활용 광물-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할 계획을 세웠다.

더욱이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LG화학은 6월 합작사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세우고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양극재 재료인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재료비의 70%를 차지한다.

고려아연과 LG화학은 전구체 공장 생산능력을 애초 목표한 2만 톤에서 5만 톤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업계 최고의 전문 역량을 보유한 두 기업이 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동력 분야에서 힘을 모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더 큰 성장,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과감한 사업 협력을 지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한화와 제휴를 통해서는 수소사업의 가시성을 높이고 안정적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고려아연이 호주 자회사를 통해 도입하는 그린암모니아에 필요한 암모니아 저장 시설과 암모니아 크래킹(수소 전환) 시설, 수소 연료전지 및 수소 가스터빈 발전소 등을 건설하는데 참여할 계획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한화가 미국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블루암모니아 사업에 참여한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생산하는데 주요한 원료로 쓰인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시장과 수소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화학과 한화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했다는 점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최 부회장은 사업 제휴를 맺는데 자사주 맞교환 방식을 택함으로써 신사업 확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속한 영풍그룹은 창업주인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최 부회장의 할아버지 고 최기호 명예회장이 함께 세웠다.  

3세 경영에 들어선 고려아연은 최 부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으나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는 장병희 명예회장의 아들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이 이끄는 영풍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6.1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장 회장 일가와 코리아써키트, 테라닉스 등을 합친 장 회장측 지분은 31.25%에 이르는 반면 최 부회장 일가의 지분은 14.58%에 그친다.

앞서 9월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H2에너지USA가 취득한 5%와 지난해 한화임팩트가 장내매수한 1.88%의 우호적 지분을 더한 최 부회장 측 지분은 21.46%가 된다.

고려아연이 이번에 의결권 없는 자사주를 강력한 사업 제휴를 맺는 LG화학과 한화와 맞교환 하고 나머지 자사주도 모두 트라피구라, 한국투자증권, 모건스탠리에 매각함으로써 우호적 지분이 6.02% 늘어났다.

장 회장측 지분과 최 부회장측 격차는 단숨에 3.42% 차이로 좁혀졌다.

물론 최 부회장의 이번 자사주 교환은 계열분리 등을 위한 지분 경쟁보다는 신사업 확장을 위한 제휴의 측면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우호지분이 모두 최 부회장을 지지한다고 하더라도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5%가량의 지분 인수가 더 필요한데 이는 23일 종가 65만8천 원 기준 47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뒤 과감한 신사업 확장 전략을 펼쳐나가는 최 회장으로서는 우호적 지분을 확보해 경영 전략의 안정성을 높인 묘수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안희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맞교환을 놓고 "LG화학과 한화가 최씨 일가가 이끄는 고려아연을 중장기적 사업 파트너로서 지원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바라봤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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