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과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CCO 부사장이 24일 디자인 토크 행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역사속에서만 존재했던 포니 쿠페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현대자동차는 이탈리아의 전설적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협력해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24일 밝혔다.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로서 현대차의 첫 양산차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했다.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21일 현대차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디자이너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1974년 포니가 양산됐던 울산 공장을 돌아보는 등 현대차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이날 현대차는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 비전홀에서 주지아로와 루크 동커볼케 CCO(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 부사장,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 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토크 행사를 열었다.
이날 디자인 토크쇼에서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를 디자인했던 과정과 소회, 그리고 개인적 의미 등을 설명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를 디자인했던 시절, 치열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낸 한국과 현대차의 디자인을 맡아 뿌듯했다"며 "현대차의 브랜드 유산을 기념하는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게 돼 매우 영광이다"고 밝혔다.
이어진 대담 자리에서는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이상엽 부사장과 함께 현재의 현대차 디자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세계적 디자인 거장인 주지아로와 함께 협력하게 돼 기쁘다"며 "이 프로젝트는 역사적 가치 측면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교류를 이어 가기 위한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상엽 부사장도 "오리지널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세계적으로 디자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아이오닉 5'와 'N Vision 74' 등 여러 모델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작품"이라며 "주지아로의 손으로 다시 태어날 포니 쿠페 콘셉트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그리다'라는 철학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가 헤리티지(유산)를 공유함으로써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하고자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GFG스타일과 공동으로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기로 하고 포니 쿠페 콘셉트를 내년 봄 최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니 쿠페는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첫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와 함께 선보인 콘셉트카로 쐐기 모양의 노즈와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케 하는 기하학적 선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더욱이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드로리안 DMC 12'를 디자인하면서 포니 쿠페를 기반으로 완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니 쿠페 콘셉트는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유실됐지만, 현재까지도 여러 방식으로 현대차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7월 처음 공개돼 전세계 미디어와 고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Rolling Lab) 'N 비전 74'는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됐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헤리티지는 과거의 영광스러운 발자취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새롭게 여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첫 고유 모델인 포니와 포니 쿠페 콘셉트는 전동화 및 모빌리티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앞둔 현대차에 커다란 정신적, 경험적 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