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앞두고 거취에 관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펀드 관련 문제들로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지만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 부문 인수, 디지털 강화를 통한 계열사 시너지 확대 등 남은 사업들을 생각하면 중심을 잡고 해야할 일도 많기 때문이다.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열릴 이사회를 앞두고 거취 결정을 고심하고 있다. |
23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25일 금융지주 이사회를 연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손 회장의 거취에 관한 논의가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후보를 뽑는다.
손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종료되기 때문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향후 일정 등 정례적으로 진행해야 할 것들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의 연임 여부나 거취 문제 등과 관련된 말이 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금융지주 측은 이번 이사회에서 손 회장 거취 등 관련 논의가 나올 수 있다는 금융권의 시선에 선을 그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금융업계에 알려진 손 회장 거취 문제나 연말 임원 인사 등은 이번에 논의하지 않으며 향후 언제쯤 논의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대법원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파생결합상품(DLF) 징계와 금융위원회의 라임펀드 징계 의결에 고심이 깊을 것으로 바라본다.
손 회장은 2019년 라임펀드와 2020년 파생결합상품 등을 우리은행이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그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책임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는 금융회사 임원에게 내리는 중징계에 해당해 3~5년 동안 금융회사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 회장이 거취에 관해 고심하는 것은 아직까지 펀드 관련 대법원 소송이 끝나지 않았고 우리금융지주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들도 현재 진행단계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파생결합상품 문책경고 징계와 관련해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해 징계를 미뤄둔 상태다. 대법원에서 승소하게 되면 책임을 벗을 수 있게 된다.
다른 징계도 비슷한 책임으로 문책경고를 받은 사안임을 고려하면 손 회장은 승소를 통해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도 있다.
또한 지금까지 손 회장이 우리금융그룹을 이끌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손 회장이 취임한 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에서 2018년 2조516억 원, 2019년 2조3075억 원, 2020년 1조5152억 원, 2021년 2조8073억 원을 거뒀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8998억 원을 냈다. 2021년 3분기보다 13.22% 증가했다. 3분기 누적기준으로 우리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이다.
손 회장은 그동안 증권사나 보험사 인수 등을 노리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기존 계열사 시너지 강화 등을 추진해 왔다.
이처럼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자회사 확충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손 회장이 중도에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우리금융그룹의 미래 사업 전략도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노총 등은 손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은 9일 “우리금융을 관피아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며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자를 몰아내는 등 흔들기가 계속된다면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이미 금융권 안팎에서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중징계를 내린 것 자체가 우리금융 CEO자리를 노리는 외부 인사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며 “관치인사 시도가 나타나면 단호하게 투쟁할 것임을 밝힌다”라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