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미국 양극재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장기 배터리소재사업 매출 목표를 더 높여 잡고 미래 성장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 사진은 신 부회장이 22일 미국 테네시주 청사에서 양극재 공장 설립을 발표하는 모습. < LG화학 > |
[비즈니스포스트]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소재사업 매출 목표를 9개월 만에 더욱 높여 잡았다.
신 부회장은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미국 배터리소재시장에서 미래 성장기반을 닦는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테네시주 양극재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배터리소재사업의 장기 매출 목표를 상향한 것을 놓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배터리소재사업 확장에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LG화학은 이날 미국 테네시주에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을 투자해 최대 생산능력 12만 톤 규모의 양극재 단독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이날 발표에서 LG화학은 양극재를 포함한 배터리소재사업 매출 목표를 2022년 5조 원에서 2027년 20조 원으로 4배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신 부회장은 올해 2월 투자자 설명회에서 직접 배터리소재사업 매출 목표를 2030년 21조 원으로 발표했다.
그 뒤 9개월 만에 비슷한 수준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 시점을 3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자연스레 2030년 매출 목표 수치도 기존 21조 원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 부회장은 LG화학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미국 시장 공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배터리소재사업의 가파른 성장을 자신하고 있다.
LG화학이 미국 첫 양극재 공장을 짓는 테네시주는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2공장이 위치해있다.
LG화학의 주요 양극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20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58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2025년 목표치 가운데 45%가 넘는 260GWh가량이 미국에 집중돼 있다.
LG화학은 양극재사업 확장을 위해 세계 배터리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소재 협력사로 LG화학이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미국 중심의 중국 제재 정책이 시작되면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이 중요해졌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소재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LG화학과 함께 소재 수직계열화를 마련한 둔 것이 강점이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시장 대응력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삼는 데다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와 향후 LG화학의 미국 양극재 투자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미국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GM이 203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이루려면 얼티엄셀즈 1개 공장(45~50GWh)과 유사한 규모의 공장이 6~7곳이나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GM의 제1의 배터리 파트너가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중장기적으로 미국에 추가 배터리공장을 더 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양극재 내재화율을 40%로 목표하고 있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는 LG화학 양극재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한 LG화학의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 내재화율에 맞춰 얼티엄셀즈에 납품될 예정”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연간 생산능력 목표에 따른 필요 양극재는 75만4천 톤이고 내재화 정책을 고려하면 LG화학 양극재는 40만 톤이 필요하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양극재뿐 아니라 다른 배터리 핵심 소재인 분리막사업에서도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북미 분리막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일본 도레이와 세운 합작법인을 통해 헝가리에서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분리막을 양산한다.
신 부회장은 양극재와 분리막 이외에 다른 배터리 소재사업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초 여러 사업 부문에 나뉘어 있던 배터리소재 관련 사업의 역량과 자원을 첨단소재사업본부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양극 분산재(양극 도전재를 양극재 내에서 균일하게 분산하는 소재), 방열접착제(배터리 모듈을 연결하는 소재), BAS(배터리 셀과 모듈 조립에 사용되는 기능성 필름소재), 음극바인더(음극 활물질을 음극재 내에서 고정하는 소재), 탄소나노튜브(양극 도전재 소재)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밀도 향상과 충전시간 단축이 가능한 실리콘 음극재사업도 바라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이날 테네시 양극재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전지(배터리)소재 시장과 글로벌 고객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세계 최고 종합 전지소재회사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