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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산업은행 이전효과가 2조? 부산시 13쪽짜리 보고서 궁색

조승리 기자 csr@businesspost.co.kr 2022-11-18 16: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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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DB산업은행 본사 건설과 운영에 따른 부산과 울산, 경남의 생산 유발효과는 2조4076억 원으로 분석된다.”

최근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입수해 공개한 부산연구원의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나온 분석 결과의 일부분이다.
 
[기자의눈] 산업은행 이전효과가 2조? 부산시 13쪽짜리 보고서 궁색
▲ 부산시는 KDB산업은행 본점의 이전으로 2조 원대 생산 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이러한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산업은행 본점.

윤석열 대통령이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이전을 약속하자 부산시는 재빨리 산하기관인 부산연구원을 통해 정책연구를 진행해 이 같은 경제효과를 분석해냈다.

부산시는 부산연구원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되면 2조 원대의 부울경 생산 유발효과를 포함해 1조5118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3만6863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부산시는 산업은행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의 부산 유치를 위한 물밑 작업으로 11월 말까지 부산연구원을 통해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을 주제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정책연구를 하는 각종 연구원의 경제효과 분석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활용돼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산시의 주장에 대해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산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의 전체 분량은 13쪽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분석한 내용도 5쪽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금융경제연구소가 2019년에 작성한 124쪽 분량의 ‘국책은행 지방이전의 타당성 연구–산업은행을 중심으로’와 비교해 봐도 부산연구원의 보고서는 극히 적은 분량이다.

금융경제연구소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해외 금융중심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물리적 기관 이전을 통한 금융중심지 만들기는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재정 투입과 업무 비효율성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부산연구원이 경제효과와는 무관한 건축비와 퇴직비를 의도적으로 포함해 산업은행의 이전 효과를 부풀리기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부산시가 과거에도 비슷한 논리로 거래소, 예탁결제원, 주택금융공사 등을 유치했으나 부산지역의 성장성과 생산성은 오히려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시와 같이 경제적 효과를 주장하며 사업을 밀어붙인 사례는 많다.

그러나 당위성 부여에만 치중한 나머지 경제효과 분석에는 신중하지 못해 그 정확성을 의심받은 사례는 빈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청와대 개방을 추진하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개방에 따른 경제효과 분석에 나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인수위 요청 이틀 만에 청와대를 개방하면 최소 연간 2천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는 3쪽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청와대 이전의 당위성을 선전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동원해 무리한 논리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최근 채권 시장의 유동성 문제를 일으킨 레고랜드도 부풀려진 경제효과 분석의 사례로 볼 수 있다.

“9천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과 연간 5900억 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를 낼 수 있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는 올해 2월 말 춘천 레고랜드 개장을 2개월여 앞두고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가 개장하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약 9천 명의 고용효과와 5900억 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사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막상 레고랜드의 문을 열고 보니 강원도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갔다. 

레고랜드가 개장한 5월부터 6개월 동안 누적 방문객은 70만 명 수준에 그쳤고 직접 고용도 70%가 비정규직인 500여 명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레고랜드를 조성하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2천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을 강원도에서 철회하면서 국내 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일으킨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국가 경제의 큰 축을 잡는 정책금융의 핵심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기관의 본점 이전을 결정하면서 허겁지겁 작성한 몇장짜리 보고서로 장밋빛 경제효과를 주장하는 얄팍한 정치적 행위는 대한민국 경제사에서 이제는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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