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든든한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건설자재값 상승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의 화려함에도 내실을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든든한 수주잔고에도 수익성 둔화를 놓고 고심하게 됐다.
27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전날(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4308억 원, 영업이익 1537억 원, 순이익 234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거꾸로 30.2%나 줄었다. 다행히 순이익은 58.2% 증가했다.
매출은 시장 눈높이를 10% 정도 웃도는 성적을 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와 비교해 23% 낮다.
현대건설은 업계 최대 수준의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분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대형 프로젝트의 공사가 본격화 된 영향도 컸다.
현대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91조2506억 원으로 5년 치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윤영준 사장은 올해 19조4천억 원의 매출목표 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올해 매출 20조 원을 가뿐하게 넘길 것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윤 사장이 당장 악화한 수익성을 개선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건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률은 2.83%로 1분기(4.14%)와 2분기(3.14%)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는 건설자재값 상승의 여파로 풀이된다.
더구나 이런 경영환경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업체들은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의 영향에 일제히 시멘트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일부 시멘트업체가 내년 1월로 가격 인상 시점을 늦췄지만 인상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동안 내림세를 보였던 철근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에 철근 분기 고시가격은 지난 2분기 톤당 89만5천 원에서 3분기 92만1천 원으로 올랐다.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철근 수요는 줄고 있지만 제강사들이 공장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있어 철근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4개 현장에 쿠팡 등의 물류센터를 짓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더 크다. 물류센터는 아파트 공사보다 많은 철근이 필요해 원자재값 상승에 더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윤 사장은 지난 7월 철근 콘크리트연합회 파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건설현장이 멈추는 사태를 막았고,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조합과 새롭게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주택사업의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비주택부문의 수익성 하락을 막지 못했다.
철근 콘크리트업체들 파업에 수도권 공사장 10여 곳에서 공사가 멈추기도 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올해 3분기 원가율이 악화한 이유는 물류센터 등 주택 이외의 건축부문에서 원자재 상승분의 공사비 반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분석했다.
윤 사장은 경영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신규 수주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뒤 위험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국내 신규수주 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해외 쪽 수주목표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현대엔지니어링 포함)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신규수주는 22조600억 원을 기록해 목표(18조4천억 원) 대비 123%의 달성률을 보였다.
해외 쪽 신규수주는 6조100억 원을 기록해 목표(10조 원) 달성률이 60% 수준이다. 그래도 4분기에 추가 수주가 기대되는 대형 프로젝트가 여럿 있어 수주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사우디라라비아 마덴 석유화학프로젝트(15억 달러), 카타르 석유화학 프로젝트(10억 달러) 등이 우선 꼽힌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이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2%대에 머무른 점은 다소 아쉽다”며 “실적은 아쉽지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공사종류에 두루 강점을 지니고 있고 해외수주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프로젝트를 따낼지 건설업계의 관심이 높다.
현대건설은 네옴시티와 관련해 옥사곤 항만 프로젝트(5억 달러)에 입찰했고 더라인 스파인 프로젝트(12억 달러)에도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빈 살만 사우디라라비아 왕세자가 오는 11월에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로 했다가 최근 이를 취소하면서 수주 활동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대신 11월에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이 방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져 우려는 사그라들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가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을 열기로 했고 비용이 들더라도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발주도 예정대로 나올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속적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겠다”며 “해외사업 확장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