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2-10-13 13: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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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만드는 액체연료 ‘이퓨얼(e-Fuel, 재생합성연료)’에 꽂혔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업체 ‘인피니움(Infinium)’에 지분투자해 이퓨얼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한 액체연료 생산을 통해 친환경에너지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업체 인피니움에 지분투자해 이퓨얼 기술을 확보해 액체연료 생산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로버트 슈츨레(Robert Schuetzle) 인피니움 CEO. <인피니움>
1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인피니움이 보유한 기술을 확보하면 항공운송분야의 탄소중립 실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인피니움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얻은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과 같은 효과를 내는 액체연료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인피니움을 설립한 로버트 슈츨레 CEO는 미시간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뉴사우스웨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10년 가스를 액체로 변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에너지 업체 ‘그레이록(Gretrock)’을 설립한 이후 2020년까지 CEO로 일한 경력이 있다. 현재도 그레이록의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인피니움은 내년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이퓨얼의 첫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물론 이퓨얼이 기존 연료처럼 기존 장치에서도 호환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남아있지만 이론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퓨얼 개발사 투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경쟁업체는 아직 연구단계에 불과한 반면 인피니움은 상업생산을 눈앞에 뒀을 정도로 기술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해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퓨얼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애초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모아 만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탄소배출량은 순증하지 않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SK이노베이션에선 설명했다.
이퓨얼은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기존에 사용하던 액체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돼 기존에 운영하는 시설이나 엔진 등의 장비를 교체할 필요도 없다는 경제적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퓨얼은 자동차나 선박 등에서 사용할 수 있지만 특히 대체항공유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로 전환되는 추세이고 선박에도 전기배터리나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공기 원료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는 배터리만으로 비행기를 띄울 동력을 충분히 낼 수 없고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연구도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도 항공유에서 이퓨얼 비중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워뒀을 정도다.
유럽연합은 항공기에 이퓨얼, 바이오연료 등의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비중을 2030년 5%에서 2050년 63%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이퓨얼의 비중을 2030년 0.7%에서 2050년 28%로 40배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 유통업체 아마존, 미국 재생에너지기업 넥스테라에너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영국 수소산업 전문 투자업체 AP벤처스, 싱가포르 국부펀드 파밀리온캐피탈 등도 인피니움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또 미국 에너지업체 덴버리, 프랑스 에너지업체 엔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생산파트너로 인피니움과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이퓨얼은 생산할 때 전기를 많이 소모해 생산비용이 높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퓨얼 생산에 필요한 수소를 만들기 위한 물 분해에 전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수소와 이산화탄소의 합성과정에서도 많은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차량 기준 100km를 주행하는 데 필요한 이퓨얼을 생산하는데 전기가 103kWh가 필요한데 이는 전기차와 수소차를 생산하는 전기의 3~6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국내에서 이퓨얼을 만든다면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통해서도 필요한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9월30일에 인피니움에 지분 투자한 것을 계기로 이퓨얼기술을 확보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SK에너지가 보유한 석유제품 정제시설이나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에서 이퓨얼 생산을 통해 사업화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1월 글로벌 에너지업체 하니웰UOP와 손잡고 울산콤플렉스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기술을 적용하기로 했고 앞서 9월에는 석유공사의 국책과제인 동해가스전 CCS실증사업에도 선정돼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사업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