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사회

올 겨울 라니냐 한파 온다, 에너지위기 속 추위는 유럽 러시아 중 누구 편?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2-09-27 16:4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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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라니냐 한파 온다, 에너지위기 속 추위는 유럽 러시아 중 누구 편?
▲ 이번 겨울 라니냐의 영향으로 혹독한 한파가 예상된다.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닥칠 겨울 한파는 경제적 타격과 함께 정치지형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23일(현지시각) 조명이 꺼진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라니냐의 영향으로 한파가 예상되는 이번 겨울, 추위는 유럽과 러시아 가운데 누구의 편일까?

유럽은 러시아와 갈등으로 이미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에 들이닥칠 겨울 한파는 각국에 경제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정치지형도 뒤흔들 가능성이 크다.
 
27일 세계기상기구(WMO) 등 발표를 종합하면 올해는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3년 연속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라니냐는 무역풍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동태평양의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이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함께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이나 올해처럼 3년 연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동안 1950년 이후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

라니냐가 이어지면 겨울에는 통상적으로 동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북미 등에 강한 한파가 찾아온다.

지난 겨울(2021~2022년)도 라니냐의 영향으로 북반구 국가들은 대체로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미국에서는 겨울에도 보통 영상 6도를 유지하는 텍사스주에서 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졌고 유럽에서는 온화한 지역인 그리스에서 12년 만에 폭설이 내렸다.

이번 겨울 역시 평년보다는 추운 겨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기상청도 지난 23일 발표한 ‘엘니뇨·라니냐 전망 발표’에서 “11~17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25.7도로 평년보다 1.1도 낮은 상태”라며 “10~12월까지 라니냐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유럽의 상황을 고려하면 올겨울 추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공급받지 못해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 5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해제될 때까지 노르드스트림-1을 무기한 폐쇄할 것”이라며 유럽과 에너지 전쟁에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리서치 기업인 ‘리스타트 에너지’는 최근 유럽의 에너지 상황을 놓고 “올해 예보된 맹추위와 부진한 대체 발전원 등 문제로 유럽의 전력시스템 운용은 매우 큰 도전에 직면했다”며 “일시적 단전과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9월 들어 나타난 전력공급 문제는 내년에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은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겨울철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양국 사이 에너지 공유 방안을 논의한 뒤 “겨울철 에너지 배급제나 정전을 피하려면 에너지 사용량을 10% 감축해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안 되면 강제 절약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국가적 상징물인 에펠탑의 조명을 조기 소등하기로 했고 독일은 공공건물의 난방 온도 제한 및 온수 금지 등 에너지 절약 대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가스 배급제 도입이 논의되는 등 다른 유럽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절약 정책을 위반하면 벌금, 징역 등 강도 높은 처벌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겨울철 에너지 위기 대응은 이상 한파가 몰아친다면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 한파로 유럽 각국 대중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나선다면 현 정부에 대한 저항 또는 반대로 번질 수 있다. 에너지 위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넘어 정치적 위기 국면이 펼쳐지는 것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4일 연례행사인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의’에서 유럽의 현재 상황을 놓고 “자연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이번 겨울에 정말로 혹한이 찾아온다면, 일종의 사회 불안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유럽 각국에서는 물가인상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현 집권당이 지지를 잃고 극우 세력이 득세하는 현상은 이미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벌어졌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25일 조기총선 결과로 극우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당수가 총리 취임을 앞두고 있다.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에서 2차 대전 이후 첫 극우성향 총리의 등장으로 러시아를 향한 유럽의 단일대오에 균열이 생길 우려도 나온다.

다만 추위가 무조건 러시아의 편은 아닐 수 있다. 유럽과 에너지 전쟁에서는 추위가 러시아에 유리한 요인이지만 우크라이나와 ‘진짜 전쟁’에서는 오히려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프랑스 나폴레옹, 독일 히틀러의 공격으로부터 추위를 이용해 국토 방어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반대로 러시아가 공격군인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은 한겨울은 물론 11월, 3월에도 영하 20~30도를 기록하는 날이 적지 않은 혹한 지역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군사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국내에서 정치적 압박을 받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러시아의 진보 라디오방송 ‘모스크바의 목소리’의 전 보도국장인 알렉세이 베네딕토프는 17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푸틴이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번 겨울을 유럽이 견디는 것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내 여론이 그때까지 버틸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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