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분식회계 행위를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은 2015년 10월~12월 동안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출자회사 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했다고 15일 밝혔다.

산업은행은 5억 원 이상 돈을 빌려준 기업에 대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통해 재무상태를 분석해야 하는 규정을 대우조선해양에 적용하지 않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부터 이 시스템을 활용한 분석대상에 올랐다.

감사원이 재무이상치 분석시스템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2013~2014년 재무상태를 점검한 결과 최고위험등급인 5등급으로 나타났다. 실제발생원가를 총발생원가로 나눈 공사진행률을 지나치게 많이 산정해 영업이익을 실제보다 부풀린 것이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2013~2014년 동안 영업이익 기준으로 전체 1조5천억 원을 분식회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타당성조사 없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선박을 호텔로 쓰는 플로팅호텔 사업 등에 투자한 것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1조2천억 원의 손실을 불러왔다.

산업은행은 2000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사전에 보고받았으며 2012년부터 비상무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에서 제시한 투자 안건에 대해 검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고 오히려 찬성한 경우도 있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 손실을 안긴 해외플랜트 사업에 대해서도 별다른 통제없이 운영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2011년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해 해양플랜트 사업의 잠재위험성을 파악했지만 손을 놓고 있던 셈이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에서 2011년~2014년에 받은 운영자금 8200억 원 가운데 3200억 원을 은행의 단기차입금 상환에 썼다”며 “산업은행이 이런 상황을 이른 시기에 파악하지 못해 재무구조개선약정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고도 성과급 성격의 격려금을 지급했는데 이를 산업은행이 방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에 직원 1인당 평균 946만 원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고정비 성격인 격려금에 성과급을 편입해 지급하는 편법을 쓴 셈이다. 여기에 들어간 돈만 877억 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에서 홍기택 전 회장 등은 대우조선해양의 격려금 지급에 별도의 지시를 하지 않았으며 또다른 부행장도 경영관리단에 대한 사전합의 거부 등의 통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경영실적 평가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담당자 2명을 문책할 것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내부 인사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 담당자들에 대한 문책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에도 홍기택 전 회장 등 산업은행의 전현직 임원 3명에 대해 이번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