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을 두고 해외 기업들도 폭넓게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 정부의 결정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면서 점차 행동에 나서자 미국 정치권에서도 현재 정책 방향을 두고 회의적 시각이 힘을 얻는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완화법을 두고 한국과 유럽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정책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미국에서도 힘을 얻는다. |
16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면서 본격적으로 대응 조치가 시작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일본, 유럽에서 모두 해당 법안에 포함된 요소들을 두고 분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완화법 시행 계획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관련한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중국이나 러시아 등 미국의 적대적 국가에서 수입한 소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전기차 및 배터리만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해외 국가들은 이런 정책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자신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조치라고 여기고 있다”며 “아직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유럽이 공개적으로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반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일이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변수로 자리잡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바이든 정부가 취임 초반부터 유럽과 무역관계 개선을 위해 관세를 대거 철폐하는 등 노력해 왔는데 이번 전기차 보조금 정책으로 관계가 다시 악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관계자는 현지시각으로 15일 독일에서 열린 G7 회의에서 “미국 전기차 보조금은 유럽의 제조사들을 심각하게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공식 석상에서 상당히 강력한 표현을 통해 미국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서 후속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의 무역 관계에 이미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이 국제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의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일과 관련해 미국 정부와 적극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뚜렷한 행동에 나서지 않았지만 토요타 등 자국 기업의 전기차 판매량이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현재 배터리와 반도체 등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을 낮추고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런 목표를 현실화하려면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크고 해당 산업에 핵심이 되는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치권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과 관련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전기차기업마저 미국 정부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정책 변화에 당위성을 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 무역당국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공급망 의존을 낮추는 일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의회에서 해당 기준을 재검토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앞세우고 있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한을 완화해 가능한 여러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이미 미국의 전기차 지원 정책을 ‘배신’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국제무역기구(WTO)에 이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