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ENM이 운영하는 방송채널 tvN이 올해 들어 잠잠하다. '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강호성 CJENM 대표이사는 K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정작 국내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강호성 CJENM 대표이사(사진) K콘텐츠를 앞세워 글로벌을 공략한다는 전략에 어떻게 동력을 붙일지 주목된다. |
14일 콘텐츠업계에서는 tvN이 올해 내놓은 콘텐츠의 존재감이 흐릿해지면서 CJENM의 콘텐츠 파워에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최근 경쟁 채널인 ENA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인기몰이를 하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방영된 tvN 드라마 ‘아다마스’, ‘이브’, ‘환혼’의 시청률은 각각 한 자릿수대에 머물렀다.
tvN은 지난해 드라마 ‘지리산’이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부진해 체면을 구겼다.
올해 상반기에는 드라마 '군검사 도베르만', '배드 앤 크레이지', '고스트 닥터', '킬힐', '살인자의 쇼핑목록' 등을 방영했는데 이들 역시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또한 9월 들어 새 드라마 '작은아씨들', '멘탈코치 제갈길', '블라인드', '월수금화목토’ 등을 통해서 대박을 노리고는 있지만 아직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작품이 보이지 않는다.
방영 드라마의 흥행 침묵이 길어질수록 tvN으로서는 다급할 수 밖에 없다.
콘텐츠업계에서 드라마의 입지는 남다르다. 시청자의 접근성이 편한데다가 오랜 기간 방영이 가능해 광고 수입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고 파생 효과까지 큰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앞서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등이 오랫동안 한류 열풍을 주도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2006년에 개국한 tvN이 빠르게 인지도를 쌓아올릴 수 있었던 것도 드라마다. ‘응답하라 1988(2015)’ ‘도깨비(2016)’ ‘미스터 선샤인(2018)’ ‘사랑의 불시착(2020)’ 등은 방영 당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다.
tvN의 예능부문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다.
tvN은 올해 들어 정종연(더지니어스), 이태경(인생술집), 김민석·박근형(유 퀴즈 온 더 블럭) 등을 연출한 간판 프로듀서(PD)들의 줄사퇴가 이어졌다. 콘텐츠업계에서는 예능PD들의 잇따른 퇴사로 tvN의 제작역량 약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7월20일 방송을 끝으로 약 3개월간 휴방을 결정하는 등 재정비에 나선 모습이다.
올해 4월에는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유 퀴즈 온 더 블럭' 출연으로 정치편향성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나마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올해 6월 방영을 시작한 나영석 PD의 ‘뿅뿅 지구오락실’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몰이를 하면서 체면치레를 한 것이 전부다.
이밖에 tvN은 올해 5월 드라마 ‘이브’의 제작발표회가 취소되고 예능 프로그램 ‘이젠 날 따라와’의 편성이 급작스럽게 변경되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 이어졌다.
이 같은 tvN의 주춤거림은
강호성 CJENM 대표이사의 글로벌 콘텐츠 전략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tvN은 CJENM의 콘텐츠 가치사슬에서 ‘캡티브채널(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같은 그룹 계열사 채널)’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의 해외 흥행이 국내 흥행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전에 방영된 콘텐츠의 흥행이 이후 방영될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tvN의 분위기 반전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강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K콘텐츠 글로벌화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며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글로벌 팬덤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경쟁 채널인 ENA를 운영하고 있는 KT그룹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KT그룹은 최근 KT스카이라이프 방송채널사업(PP) 자회사 스카이TV와 KT스튜디오지니 방송채널사업(PP) 자회사 미디어지니를 합병해 ENA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