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인근 흑석2구역과 비슷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공정성 시비가 붙으며 현대건설이 입찰을 포기함에 따라 포스코건설이 무혈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서울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은 포스코건설이 단독입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포스코건설 동영상 갈무리. |
12일 도시정비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10월1일로 예정된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의 입찰이 유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방배신동아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효령로 164번지에 지하3층~지상35층 아파트 7개동 843세대를 짓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는 3746억 원이다.
조합은 입찰보증금으로만 300억 원을 책정했다. 일반분양은 시공을 마치고 후분양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을 뿐 아니라 컨소시엄도 금지했다. 대형건설사가 아니고서야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입지가 뛰어나 동작구 흑석2구역 재개발, 용산구 한남2구역 재개발 등과 함께 서울 도시정비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격전을 벌인 대표적 사업장이다.
지난 8월19일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SK에코플랜트 등 모두 15개 건설사가 참석해 흥행 조짐을 보였다.
특히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은 각각 자신들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와 오티에르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수주전에 나섰다.
방배5구역 재건축과 방배삼호아파트12·13동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이어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려는 현대건설과 오티에르 첫 번째 단지를 세우려는 포스코건설의 치열한 싸움이 예고됐다.
현장설명회에 많은 건설사들이 얼굴을 내밀기는 했지만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은 실제 홍보관도 마련하며 가장 적극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격히 변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일 조합에 보내는 편지에서 “금번 입찰에는 준비한 설계 및 사업조건을 보여주지 못해 안타깝다. 부디 조합원의 소중한 의견이 모여 공정한 재건축사업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면서 입찰에 불참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방배신동아 재건축조합이 공정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포스코건설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현대건설한테는 1곳에서만 홍보가 허용된 반면 포스코건설은 공식 홍보관 외에도 오티에르 브랜드 전시관을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장 인근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조합이 묵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합장이 조합원들에게 특정 건설사를 지지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의 녹취록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포스코건설은 조합이 허용한 조건 안에서만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이 제기한 유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실제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돼 결국 수의계약으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외에는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에서도 최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됐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강한 수주 의지를 보이며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는데 대우건설은 사업의 공동시행을 맡은 주민대표회의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편향성 등을 주장하며 1차 입찰에 불참했다.
대우건설은 이후 흑석2구역을 떠나지 않고 영업활동을 계속하면서 여지를 남겼지만 9월5일 마감한 2차 입찰에서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우건설이 2차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흑석2구역 홍보과정에서 주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지난 1일 조합에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보냈다"며 "입찰 참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는 포스코건설이 무난하게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제와서 다른 건설사가 본격적인 수주 도전을 하기에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월 출시한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에 처음으로 제시하며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맞상대인 현대건설 역시 디에이치를 제안해 최상위권 건설사들 사이의 한 판 승부를 예고했지만 한쪽이 수주를 포기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방배신동아 재건축사업은 싱거운 결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