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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검찰이 롯데그룹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권 경쟁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시내면세점 추가허용 방침이 나올 때만 해도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면세점 재탈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검찰수사로 재탈환을 기약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등이 추가 사업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올해 월드타워면세점 사업권을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관세청은 3일 서울에 시내면세점을 추가로 4곳(대기업 3곳, 중소기업 1곳) 설치하기로 하고 특허신청 공고를 냈다. 접수기간은 10월4일까지다.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데다 호텔롯데가 오랜 면세점 운영경험과 노하우, 안정된 인프라, 해외 브랜드와의 네트워크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신규 특허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롯데면세점 로비의혹,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 심사 때도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며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는 입점로비 의혹, 비자금조성 의혹 등으로 오너일가와 그룹전체가 수사선상에 올라 사안이 더 중대해졌다”며 “호텔롯데 상장도 당분간 물건너 갔고 앞으로 수사 결과에 따라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 월드타워점 재탈환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드타워면세점이 유력 후보로 꼽힐 때만 해도 나머지 면세점업체들이 3장 가운데 2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구도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방침을 발표한 뒤 호텔롯데,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신세계, 두산 등이 사업권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에 청신호가 켜진 이랜드도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에게 고르게 기회가 주어지도록 한다면 한 자리는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워커힐면세점은 명분이나 운영능력 면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SK네트웍스가 하반기에 면세점 특허를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입지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는 강남권을 공략하는 현대백화점도 사업권 확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사업의 경험은 없지만 오랜 유통사업 경험과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월드타워면세점이 재탈환에 실패하고 현대백화점이 사업권을 확보할 경우 강남권역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져 실적 부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면세점 입지로 내세우고 있는 무역센터점은 국내 유일의 MICE 관광특구인 코엑스단지에 위치해 있고 인근 지역도 대규모 전시 및 컨벤션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MICE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ip), 컨벤션(Convention), 전시박람회와 이벤트(Exhibition & Event)의 영문 앞 글자를 조합해 만든 말이다. MICE 관광객의 1인당 소비 지출액은 일반 관광객의 1.7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신라는 아직 이번 입찰 참여여부에 대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면세점사업 확대 측면에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는 국내 2위 면세점 사업자로 풍부한 경험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지난해 신규특허를 획득한 업체들 가운데 매출 실적도 가장 좋고 명품 브랜드 입점까지 성사시킨 만큼 입찰에 뛰어들 경우 사업권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