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가 일제히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씨티그룹의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참고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제품 수요 감소로 전 세계 반도체업황이 10년 만에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씨티그룹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주 주가가 일제히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 주가도 당분간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1일 증권전문지 마켓워치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보고서를 내고 하반기에도 반도체업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반도체시장 상황은 최근 10년 이래 최악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며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수요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최근 인플레이션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로 소비자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수요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반면 자동차와 서버 등 분야에서 반도체 수요는 탄탄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세계 주요 반도체기업의 실적 및 주가 방어에 크게 기여해 왔다.
다만 씨티그룹은 현재 수요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분야에서도 이른 시일에 수요 위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최근 마이크론 등 기업에서 반도체 주문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그룹은 “앞으로 자동차와 산업용 분야에서 반도체 주문 취소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반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것은 주요 반도체기업의 실적 및 주가에 자연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씨티그룹은 이런 시장 변화에 따라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포함된 기업 주가가 지금보다 평균 25% 하락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해 12월 4039.51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씨티그룹 예상대로라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2020포인트 안팎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인텔과 엔비디아, 마이크론, 퀄컴, AMD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는 모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에 포함되어 있다.
반도체주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는 일은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증시에 상장된 대부분의 반도체기업과 업황 변화에 따른 효과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다만 씨티그룹은 비교적 하락세가 크지 않았던 자동차용 반도체 및 산업용 반도체 전문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하락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온세미컨덕터, NXP와 르네사스반도체 등 기업이 해당된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