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정책에 따라 한국이 기준금리 연 3%시대를 예상보다 빨리 맞이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을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물가를 잡기 위한 공격적 긴축 행보를 지속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미국의 강도 높은 통화정책에 한국이 기준금리 3%시대를 빨리 맞이할 수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29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이 총재가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추가적으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기면서 올해 말 국내 기준금리가 3% 이상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뒤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경우 파월 의장처럼 한국은행도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소비자물가 등 경제지표에 따라 추가적으로 빅스텝을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렸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연 2.5%다.
한국은행은 물가가 5~6%대를 웃도는 현상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의 발언을 고려하면 당장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가 두 번째 빅스텝을 실제로 실행해 옮긴다면 2012년 7월 이후 약 10년 만에 국내 기준금리는 3%대에 진입하게 된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3%대에 들어선다해도 이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통화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연준에서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경제에 부담이 되더라도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26일 잭슨홀 미팅에서 “또 한 번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며 “멈추거나 쉬어갈 지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파월 의장의 발언에 연준의 금리인상 폭을 예측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세 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 시작했다.
국내 기준금리와 미국 기준금리는 7월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역전됐다가 지난 주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 상단이 현재 연 2.5%로 같아진 상황이다.
연준이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또 단행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다시 역전되고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전까지 상당기간 벌어진 격차는 좁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 총재는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에도 국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총재는 잭슨홀 미팅 이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연준보다 금리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며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연준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10월 금리인상 이후 11월 금리인상은 쉴 수 있겠지만 매파적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와 이에 따른 환율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2023년에도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