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특허청은 지난해 한국지식재산센터 국제회의실에서 변리사의 전문성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변리사법 전부개정안 공청회'를 열었다. |
변리사는 대표적인 고소득 직업으로 꼽힌다. 10년 넘게 9개 전문직 가운데 소득 1위를 차지했다.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산업디자인, 상표와 같은 지적재산권에 대해 특허청 및 법원을 상대로 하는 업무를 대신해 주는 이를 말한다.
변리사는 의뢰인을 대신해 특허청으로부터 특허를 받아내거나 특허 관련 분쟁이 생길 경우 법정에서 의뢰인과 함께 대응하는 일을 한다. 의뢰인의 특허를 매각하거나 다른 사람이 대가를 지급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게 라이센스를 맺는 일도 변리사의 역할이다.
변리사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에서 보여주듯이 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기업들의 변리사 채용도 늘고 있다. 특허청은 변리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52년 만에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때 이공계 대학생은 누구나 한 번쯤 변리사를 꿈꾼다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 1999년 80명밖에 뽑지 않은 변리사 시험에 1만 명이 넘는 응시인원이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변리사 시험 응시인원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올해 변리사 응시인원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리사들은 전문직 1위라는 소득에 거품이 잔뜩 끼여있다고 말한다.
◆ 10년 넘게 전문직 소득 1위, 정말 많이 벌까?
변리사를 놓고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는 변리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이다.
지난해 국세청이 발간한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직업별 평균 연간 매출액은 변리사가 6억3500만 원으로 4억5200만 원인 변호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변리사의 연봉은 대형 로펌이나 특허법인 기준으로 수습이 4천만~5천만 원, 5~10년차는 8천만~1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변리사가 돈 많이 버는 직종의 대명사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변리사는 1999년 이미 변호사를 제치고 전문직 소득 1위를 차지했다. 전문직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건축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의사 등 9개 업종을 말한다.
그런데 변리사들은 오해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알려진 것처럼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변리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것처럼 변리사는 고소득 직종이 아니다.
우선 변리사의 고객은 대부분 기업이다. 주요 고객이 개인인 변호사와 의사는 소득을 누락 신고할 수 있지만 기업을 상대하는 변리사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전문직 중 소득 1위라는 기록은 여기서 비롯된다.
변리사는 특허청에서 발급한 특허출원서를 근거로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한다. 특허청에 납부한 특허출원료 실적은 국세청에 통보되므로 변리사의 소득은 국세청의 자료에 의해 그대로 드러난다.
한 변리사는 “변호사는 실제소득의 20% 정도만 신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변리사가 변호사보다 돈을 많이 번다는 조사가 나오는 것은 국세청이 그만큼 전문직종의 세원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통계청 자료에 나타는 소득금액은 개인사업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개인사업자란 개별 변리사가 아닌 변리사업자 즉 변리사 사무소를 의미한다. 전체 변리사를 기준으로 개인별 평균소득을 산출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의사나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 역시 하나의 병원이나 사무소를 기준으로 소득을 산출하지만 이들은 개인이 혼자 개업하는 경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변리사 사무소는 보통 여러 명의 변리사가 함께 일한다. 변리사는 다루는 업무의 특성상 ‘나홀로 개업’이 많지 않다. 기술이라는 전문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만이 관련 기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무실에 여러 전공의 변리사가 함께 일한다. 특히 최근 기술은 여러 분야 기술이 복합되어 있어 변리사 한 명으로 관련 업무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그런데 국세청에 수입을 신고하는 것은 한 사무소에서 대표 변리사 한 명뿐이다. 국세청에서 밝힌 변리사의 매출에 동료 변리사들의 매출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다.
즉 지난해 국세청이 밝힌 변리사 사무소 매출인 6억3500만 원은 한 명이 아닌 한 사무소가 벌어들인 수익이다. 한 사무소에 5명의 변리사가 있을 경우 1인당 수입은 1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여기에 사무직원의 봉급과 각종 경비를 빼야 비로소 변리사들의 개인소득이 된다. 변리사의 경우 국제적 업무가 많기 때문에 기술 관련 지식뿐 아니라 외국어도 능통한 직원을 별도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다른 전문직들이 고용하는 간호사나 일반 사무직원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
|
|
|
▲ 올해 변리사 제1차시험 결과 총 응시대상자 3267명 가운데 2528명이 응시해 77.4%의 응시율을 나타냈다. |
◆ 매년 감소하는 변리사 시험 응시자
변리사가 유망직종으로 처음 떠오른 2000년대 초반 변리사 시험에 응시하는 인원은 1만 명에 육박했다. 변호사나 의사보다도 소득이 많은 직종이라는 환상은 변리사 시험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변리사의 인기는 예전만하지 않다. 2014년 변리사시험 1차 지원자 수는 지난 해에 이어 또다시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변리사 선발인원은 1990년대 후반 80여 명에서 2000년대 이후 200명 이상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만큼 쉽게 변리사가 될 수 있는 데도 변리사 지원자는 줄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올해 변리사 시험 원서를 접수한 사람은 3200여 명이다. 역대 최소다. 변리사 시험 지원자는 2007년까지 5천 명 가량을 유지하다 2008년 이후 4천 명 근처를 맴돌았다. 그뒤 2010년 이후로는 줄곧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변리사 시험 지원자가 줄기 시작한 시기는 로스쿨이 도입된 시기와 맞물린다.
현행법상 변리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다. 변리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변호사가 된 뒤 변리사 등록을 하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역시 변리사 등록을 하면 변리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수익성을 쫓아 점차 변리사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대한변리사회에 따르면 변리사 업무를 보기 위해 특허청에 변리사 등록을 한 변호사 수는 2010년 131명에서 2011년 267명, 2012년 383명을 거쳐 지난해 587명으로 급증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변리사 업무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그동안 변리사 업무를 하지 않았다. 변리사들에 비해 과학기술 관련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업 변호사 수가 2009년 9612명에서 지난해 말 1만4242명까지 늘어나는 등 변호사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상이 변했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변호사들이 전체 변리사 업무 중 얼마만큼을 수임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면서도 “변리사 업무를 보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공계 출신 로스쿨 졸업자가 많아지면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변리사들 사이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지난해 변호사 자동자격제도를 없애는 것을 뼈대로 한 변리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국회 통과는 미지수다. 고영희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법조계 울타리가 탄탄해 힘들겠지만 사회적 인정을 받는 등 꼭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말을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변리사 7200여 명 가운데 변리사시험을 거치지 않은 변리사는 4천 명이 넘는다.
|
|
|
▲ 고영회 제37대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지난 3월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 빈익빈 부익부, 영업 나서야 하는 변리사
변리사가 많아지고 변리사가 제대로 알려지면서 일부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변리사의 인기도 한 풀 꺾였다.
변리사도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내부경쟁이 치열하다. 특허의 중요성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변리사 수요가 많이 늘어났지만 소수의 능력있는 변리사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다른 전문직과 비슷하다.
변리사는 사건에 대한 수임료를 받기 때문에 사건을 많이 맡으면 맡을수록 소득이 많아진다. 그만큼 개인별로 소득차이가 매우 심한 직업 중 하나다.
변리사의 연봉은 철저하게 능력과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대졸 신입사원 이하의 연봉에서부터 대기업 임원 수준의 연봉까지 천차만별이다.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2년 변리사 개인사업자의 10% 이상이 월 200만 원 이하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매출에서 비용을 뺀 영업이익만 따지면 이보다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환경에서 영업의 압박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변리사가 많아지면서 변리사가 받는 대리인 수수료도 떨어졌고 자연스럽게 변리사의 영업능력이 중요해졌다. 그러면서 점차 학벌이나 인맥 등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변리사의 업무가 전자나 전기 분야에 치우쳐 관련 전공자가 아닐 경우 변리사가 되어도 일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도 취약점으로 꼽힌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특허출원은 전자, 전기, 기계 분야로 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한 전공이 아닐 경우 관련 특허출원 자체가 많지 않아 길이 좁아진다.
업무환경도 열악하다. 아직 우리나라의 특허사무소의 규모는 대부분 작다. 복지가 잘 되어 있지 않고 업무량도 상당하다.
변리사들도 스스로 과도한 업무량을 단점으로 꼽는다. 특허기일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시간의 압박 속에 살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관련 기술이 점차 발달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영어나 일어 등 외국어 능력이 업무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변리사들은 외국어 능력에 따라 수입의 편차가 심하다.
우리나라 특허청에 출원한 제품을 수출하려면 그 나라에서 따로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해외출원은 그 나라의 변리사가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각국의 출원 제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해외 법제도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고 해외 변리사들과의 지속적 교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