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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역사는 '의심과 싸움', 김슬아 상장 강행과 보류 갈림길에 서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2-08-23 15: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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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역사는 '의심과 싸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88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슬아</a> 상장 강행과 보류 갈림길에 서다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회사를 키워왔다. 컬리 상장에도 의심이 쏟아진다. 사진은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 <컬리>
[비즈니스포스트]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역사는 의심과 싸워 온 역사다.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들었던 많은 얘기를 정리해보니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토로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규모가 작아서 안 된다” “이제는 더 못 클 것이다” “식품만 팔아서는 안 된다” “비식품을 파는 것을 보니 성장이 안 되는 것 같다” 등.

김 대표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안 될 이유는 너무 많고 그걸 다 신경쓰면 될 일이 없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고객만 바라보자는 뚝심으로 현재의 컬리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의심과 부딪혀온 김 대표가 이제 컬리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컬리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하면서 ‘예선’은 통과했다. 하지만 기업가치 산정과 기관투자자 및 일반투자자 청약이 핵심인 ‘본선’을 놓고 또 다시 의심이 쏟아진다.

김 대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앞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는 상장 강행과 상장 보류 등 2가지로 압축된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기업은 그날로부터 6개월 안에 상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한이 지나면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승인 효력을 연장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해 기한을 늘릴 수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그런 경우는 드물다.

김 대표에게 놓인 두 갈래 길은 ‘쏘카의 길’과 ‘현대오일뱅크의 길’인 셈이다.

쏘카는 차량공유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좀처럼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컬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얘기다.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점에서도 컬리와 자주 비교된다.

하지만 쏘카는 상장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몸값을 낮춰가며 상장을 강행했다. 그만큼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급했다는 얘기다.

반면 현대오일뱅크는 상장예비심사 승인까지 받았지만 이사회 결의를 통해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한 선택이다.

컬리의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쏘카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컬리의 재무적 상황을 고려한 ‘현실론’에서 나온다.

컬리가 창립 이후 2021년 말까지 받은 누적 투자금액은 모두 9천억 원가량이다. 2021년 말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5천억 원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천억 원가량의 현금이 남아 있는 셈이다.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쯤에는 컬리가 보유한 현금을 모두 소진할 가능성이 크다. 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만 2200억 원 규모였다.

컬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있기 때문에 적자가 난다고 해서 조만간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 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컬리 역사는 '의심과 싸움',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8844'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슬아</a> 상장 강행과 보류 갈림길에 서다
▲ 컬리가 상장을 강행할지 보류할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마켓컬리의 배송차량. <컬리>
김슬아 대표의 과거 발언을 종합해봐도 상장 강행에 무게가 실린다.

김 대표는 과거 여러 차례 언론과 인터뷰에서 컬리에 상장이 필요한 이유를 자금 조달 관점에서 설명한 바 있다.

그는 2021년 8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무엇보다도 우리가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는 “6년 동안 온라인 그로서리(식료품) 시장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더 선호하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여기에서 기회를 봤고 투자를 이어가고 싶었다”고도 했다.

컬리가 성장하려면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수혈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컬리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단계까지 마무리한 상황이다. 현재 시점에서 기업공개를 제외하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한 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컬리의 상장 강행 시나리오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김 대표가 무리하면서까지 컬리 상장을 강행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 원 안팎이다. 상장 전 지분투자 단계에서 2500억 원을 유치하며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4조 원의 절반 수준이다.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금리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본시장이 얼어붙자 컬리를 바라보는 대내외 시각도 매우 보수적으로 바뀐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을 밀어부친다면 김 대표로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애초 상장을 결심했을 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물류센터와 기술 등에 쓸 계획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기대 금액이 있었을텐데 이를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면 성장 청사진도 다시 그려야만 한다.

차라리 김 대표가 고금리, 고물가라는 대외 악재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며 자본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될 때를 노리지 않겠느냐는 말도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컬리 관계자도 이와 관련해 “상장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항상 말씀드려왔듯 상장에 최적의 시점인지를 계속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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