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KT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KT 내부에서 이력을 쌓은 KT맨이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는 체제가 확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 사장이 2022년 7월28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KT그룹 혁신성과 공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KT > |
[비즈니스포스트] KT가 20일로 기존 공기업에서 완전 민영화된 지 20주년을 맞는다.
KT에게 지난 20년의 시간은 정치적 외풍으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리고 기업 성장이 방해를 받기도 한 질곡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으로 올해 20세가 된 KT는 크게 도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정통 ‘KT맨’으로 불리는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의 공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구 사장이 KT의 활발한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KT 내부에서 경력을 다진 전문경영인이 CEO에 오를 수 있는 체제가 정착할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상반기 괄목할 만한 경영성과를 낸 것은 구 사장이 30년 이상 여러 업무를 맡으면서 KT가 보유한 역량과 강점 등을 잘 파악한 덕분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KT는 2022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12조5899억 원을 올려 역대 최대 매출기록을 새로 썼다.
KT 주가 역시 올해 들어 25%가량 상승하며 이달 초 2013년 6월 이후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7%가량 하락한 것으로 대조된다.
이같은 성과를 낸 요인으로 구 사장이 2020년 3월 대표이사 취임 뒤 추진하는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 전략이 첫손에 꼽힌다.
구 사장은 1987년 KT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회장 비서실장 겸 전략담당 전무, 경영지원총괄 사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 등을 거쳐 KT 전 사업부문에 걸쳐 전문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전문성을 바탕으로 구 사장은 KT가 보유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기반으로 성장성 높은 콘텐츠, 금융, 로봇, B2B(기업간 거래)솔루션 등의 사업을 강화해 디지코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랜 경험과 전문성에 따른 자신감은 구 사장의 실행력에 힘을 실었다.
실제 구 사장은 콘텐츠사업을 비롯해 계열사 지배구조를 과감하게 재편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갔다.
구 사장은 2021년 1월 KT스튜디오지니를 출범한 이후 웹소설 및 웹툰 전문기업 스토리위즈, 음악 플랫폼기업 지니뮤직, 유료방송사업자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기업 KT시즌 등을 차례로 KT스튜디오지니 자회사로 뒀다.
그 뒤 KT시즌을 CJENM의 티빙에 흡수합병시키면서 대신 KT스튜디오지니에 1천억 원에 자금을 유치해 CJ그룹과 콘텐츠사업에서 혈맹을 맺었다.
KT스튜디오지니가 에이스토리와 공동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근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콘텐츠사업에 들인 노력이 결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성장성 높은 클라우드/데이터센터(IDC)사업을 물적분할해 올해 4월1일 자회사 KT클라우드를 출범했다.
KT에서도 올해 3월에는 AI방역로봇 2종을 출시하며 서비스로봇사업 확장을 통한 디지코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전자잭 구독기업 밀리의서재 등 계열사 2곳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구 사장은 올해가 임기 3년차를 맞는 만큼 올해 연말이나 내년초 KT CEO추천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통신업계에서는 구 사장 재임 기간 올린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올해는 정권이 교체된 첫해라는 점에서 그동안 KT에서 나타났던 선례처럼 또다시 외부인사가 KT CEO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KT는 그동안 정치권 영향력에 따라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외부인사가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 진정한 민영화가 이뤄진 게 맞느냐는 의구심어린 시선이 많았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KT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던 이석채 전 회장,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이사를 지냈던
황창규 전 회장은 외부에서 온 인사였다.
이 전 회장은 농림수산부 차관, 정보통신부장관,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으로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임기 도중 퇴진했다. 이 전 회장은 결국 3년 가량의 법정 싸움 끝에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황 전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총괄사장 출신으로 임기를 마쳤지만 쪼개기 정치권 후원 등과 관련한 의혹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민영화된 KT의 초대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이용경 전 사장도 KT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보기 힘든 것으로 여겨진다.
이 전 사장은 통신분야 전문가였지만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조교수를 지내고 미국 벨연구소에서 광통신분야를 연구하다 1991년 KT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11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그 다음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KT 대표이사를 지냈는데 2008년 3월 연임에 성공한 뒤 단 8개월 만인 2008년 11월 사퇴했다.
남 전 사장은 정통 KT맨으로 분류되는 인사지만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했다. 계열사 KTF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아 배임수재죄 혐의로 구속되면서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는 불미스러운 모습을 남겼다.
구 사장도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만한 불안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구 사장은 황 전 회장 재임 시절이던 2016년 9월 KT 대관 담당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국회의원 13명의 후원회에 정치자금 1400만 원을 기부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아 약식기소됐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벌금 1500만 원을 부과받으며 행위의 불법성이 확인됐고 도덕성에도 흠결이 생겼다. 이에 구 사장은 벌금형 판결을 뒤집기 위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를 놓고 KT 안팎에서는 구 사장의 연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견해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경영학계에서는 KT가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사회 기능과 투명하고 공정한 내부 인재양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사회에서 충분한 토론과 검증을 거쳐 전문성 있는 인사에게 CEO를 맡겨야 하며 차기 CEO 후보군을 내부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쳐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영찬 기자